신동빈 롯데 회장, 불효자인가 탁월한 경영자인가
아버지 동의 없고 L투자회사 대표 올랐나...신격호 건강도 중요한 관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핵심 지주사인 L투자회사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이 확인되면서 과연 그의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이를 승인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신 총괄회장이 이를 받아들였다면 후계구도가 신 회장 측으로 확실히 기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의 동의를 얻지 않고 신 회장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면 부친의 건강을 핑계로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는 비난과 함께 법적 공방도 불거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7일 롯데그룹 및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L투자회사 12곳 가운데 10곳(1·2·4·5·7·8·9·10·11·12)의 대표이사로 지난 6월 30일 취임했고 7월 31일 등기부등본 등록까지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일본에서 경영권 분쟁이 터지자마자 일본으로 건너간 신 회장이 약 일주일간 머물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권 장악을 위해 관련 작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L투자회사의 신임 이사진에는 아라카와 나오유키 롯데홀딩스 이사, 고바야시 마사모토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 등 신 회장 측 인사들로 채워졌다.
L투자회사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 지주사에 해당된다.
신 회장이 L투자회사까지 장악했다는 것은 한국 롯데그룹 뿐 아니라 그룹의 뿌리인 일본 롯데그룹까지 장악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와 지분 소유구조는 별개이기 때문에 L투자회사의 지분을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향방이 엇갈릴 수 있다.
특히 관건은 신 총괄회장이 이에 동의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만약 신 총괄회장이 이에 동의를 했다면 일찌감치 롯데 후계구도를 신 회장 측으로 넘겼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신 총괄회장이 최근 보인 언행으로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달 27일 일본 롯데홀딩스를 찾아가 아들인 신 회장을 포함한 일본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서도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 롯데 회장과 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정황으로 봤을 때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을 지지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신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오른 것도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실제 이날 신 회장은 출근길에 "아버지 허락을 맡고 L투자회사 대표에 올랐냐"라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집무실로 올라갔다.
한국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대표이사 선임이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적인 절차에 앞서 창업자이자 아버지의 동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 회장 역시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를 때도 "아버지의 허락', '아버지의 뜻'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사업다각화와 수많은 M&A 등을 통해 연매출 80조원이 넘는 재계 5위 기업으로 끌어올린 경영자로서의 면모는 인정할 수 있겠지만, 만약 L투자회사 대표이사에 아버지 동의 없이 올랐다면 '불효자'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터넷 상에는 신 회장에 대한 비판 의견이 뜨겁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이슈에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중요한 관건으로 보인다.
만약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사실이라면 신 회장이 그룹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수 있다. 반면 신 총괄회장이 건강한 상태에서 벌인 일이라며 법적인 공방 뿐 아니라 도의적 책임도 물을 수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일 것이며 만약 신 총괄회장이 건강한 상태라면 이번 사태를 인지하고 해결의 의지를 보일 수 있겠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다면, 그 틈을 이용해 자식들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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