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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편애? 홍명보·조광래와 슈틸리케 차이


입력 2015.08.25 10:04 수정 2015.08.25 10:0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플랜B’ 대비 철저히 해와..일부 선수 편애와는 다른 면

부진한 유럽파에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2, 3차전을 앞두고 발표된 대표팀 명단을 놓고 울리 슈틸리케(61) 축구 대표팀 감독의 원칙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유럽파가 있다.

유럽파는 언제부터인가 한국축구의 축복이자 딜레마가 됐다.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무대를 누비는 해외파들은 대부분 한국축구에서 최고의 재능을 인정받은 선수들이다. 이에 역대 대표팀 감독들도 모두 유럽파들을 전력의 우선순위에 놓고 팀을 구성하는데 고심했다.

하지만 유럽파라고 해서 언제나 잘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이 대표팀 발탁의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했을 때, 과연 소속팀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서는 항상 주전을 보장받는 관행이 옳은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출전하는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K리거들과 비교해 '국내파 VS 유럽파'의 우월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런 고민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2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9월 3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리는 라오스전과 원정으로 펼쳐지는 9월8일 레바논과의 경기에 나설 23명의 엔트리를 발표했다. 여기서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마인츠),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 8명의 유럽파 선수를 명단에 포함시켰다.

석현준(비토리아)처럼 슈틸리케호에 처음 승선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유럽파 대부분은 이전부터 줄곧 대표팀의 붙박이 멤버들로 거론되던 선수들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유럽파 선수들의 경우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경기력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기성용은 최근 햄스트링 부상으로 리그에서 2경기 연속 결장했고, 이청용과 구자철은 팀내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많은 시간을 뛰지 못했다. 손흥민 역시 초반 2경기에서 부진한 경기력으로 질타를 받았다. 반면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국내파 위주로 짜여진 젊은 선수들의 선전이 부각되며, 상대적으로 경기력이 좋지 않은 유럽파들을 굳이 대표팀에 불러야하느냐는 지적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과감히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에 잘 나가지 못하는 유럽 1부리그 선수를 대표팀에 선발하는 것과, K리그에서 늘 주전으로 뛰는 선수를 뽑지 않는 것을 두고 항상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파들의 과감한 발탁에 대해 ‘신뢰와 실리’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유럽파를 포함해 이번에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 대부분이 2~3명을 제외하면 슈틸리케 감독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는 곧 대표팀에서 충분히 검증받은 선수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이나 이용재같은 2부리거나 무명 선수들을 대표팀에 발탁할 때도 “감독으로서 직접 오랫동안 이들을 지켜보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신뢰를 드러낸바 있다.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이라는 원칙 자체는 다소 흔들렸지만 팀에 오랫동안 기여하고 검증이 끝난 선수들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부진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신뢰를 주는 것이 더 낫다는 융통성을 발휘한 대목이다.

물론 실리적인 부분도 충분히 고려한 선택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주로 구사하는 4-2-3-1 전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는 것이 2선 공격수이고, 바로 이 포지션에 해당하는 손흥민-구자철-이청용 등은 슈틸리케의 전술상 반드시 필요한 자원들이었다. 대표팀은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자원들을 발굴했지만 공격력 면에서는 아직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일시적으로 부진하더라도 유럽파들의 풍부한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의 유럽파에 대한 기대가 일방적인 편애나 집착과는 다른 이유는, 항상 ‘플랜 B’에 대한 대비 또한 게을리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홍명보나 조광래 같은 전임감독들이 내부 경쟁이나 새로운 선수 발굴보다 ‘자신이 잘 아는 선수’들만 기용하려다 낭패를 본 것과 대조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동아시안컵을 통해 이재성-정우영-권창훈 등 유사시 유럽파들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경쟁 자원들을 꾸준히 발굴해왔으며 이번 대표팀에서도 석현준, 황의조, 권순태 등을 과감히 발탁하며 소속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K리거들을 결코 등한시하지 않았다.

이들 모두 첫 발탁이지만 이미 이전부터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통해 여러 차례 대표팀 발탁 가능성이 제기됐을 만큼 실력 면에서는 검증이 된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깜짝 발탁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항상 실험과 성적, 원칙과 실리의 두 마리 토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한 슈틸리케 감독의 합리적인 포석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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