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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토끼 지키기 vs 산토끼 잡기' 엇갈리는 새정치


입력 2015.08.28 10:50 수정 2015.08.28 10:53        이슬기 기자

더좋은미래 "정체성 모호하면 패배", 민주정책연구원 "노인표심 잡아야"

새정치연합 내 '노선 논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차례로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 김기식 더좋은미래 간사, 김상곤 혁신위원장.(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내 ‘논선 논쟁’이 불 붙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불효자 방지법’ 정책 토론회를 열어 외연 확대에 나서자, 당내 진보·개혁 성향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정체성 확립이 혁신과 선거 승리의 요체”라며 중도화 전략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이른바 ‘20% 공천 배제’를 골자로 한 8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며 화합과 통합의 길을 방해하는 자, 우리 당의 정체성을 해치는 자, 막말과 해당 행위자는 아예 발붙일 수 없다"며 정체성을 기준으로 한 '공천 칼바람'을 암시한 만큼, 향후 당의 노선을 두고 격전이 예상된다.

더좋은미래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산토끼는 없다?-집권을 위한 길 진보인가 중도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최근 문재인 지도부가 당이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한 중도화 전략의 실효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모임의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체성이 모호한 정당과 후보는 신뢰를 받을 수 없고, 신뢰받지 못한 정당과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이념적 중도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허구적 자의식이고,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단의 일관성과 자기 신념화의 정도 차이가 존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지난 4.29 재보궐선거를 비롯해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지난해 7.30 재보선 등 역대 선거를 열거한 뒤 “중도화 전략은 선거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며 “2012년 대선 패배 후 중도화 노선이 제기되고, 안철수 신당과의 통합과정에서 기존 진보노선을 수정하려는 등 중도 노선을 표방한 당대표체제 하에서 선거 패배로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지지기반은 호남과 친노 및 수도권 2040이며 공통된 정체성은 사회경제적 진보노선과 ‘강한 야당’인 만큼, 중도화가 지지층의 균열과 이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아울러 공통된 정체성에 기반한 노선이 확립돼야 지도부에 대한 신뢰 회복 및 당내 계파 갈등 청산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당의 정체성을 확립해 국민의 신뢰를 획득하고 지지층을 결속시킨 전제조건하에서만 선거 시기에 후보의 중도전략이 성공적으로 구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4일 민병두 의원이 “효도하는 정당이 되겠다”며 전통적 여당 지지층인 노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민주정책연구원은 이날 '출산에서 노후까지'라는 표어를 내걸고 정책 토론회를 개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지원 입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상속만 받고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녀의 경우, 부모에게 상속받은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불효자 방지법' 추진에 나섰다. 또 노인학대 방지를 위해 존속폭행의 경우,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처벌하는 '친고죄'와 피해자가 원할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도 발의할 예정이다.

문 대표가 취임 직후 ‘유능한 경제정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데 이어 보수가 독점했던 안보 행보에도 적극 힘을 쏟는 등 중도층 표심 잡기에 나선 만큼, 노년층을 공략할 만한 정책을 통해 외연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당내 정체성 이슈가 불거지자, 온건파 성향의 의원들도 속속 반론을 펴는 등 논쟁에 뛰어들었다. 당내 중도 성향 의원 모임인 민집모(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당 강령에 따라 확실하게 중도개혁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가야한다. 집토끼 아니면 산토끼 식의 시대착오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친 이념으로는 절대 환영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비주류·중도파로 분류되는 또다른 의원은 당 혁신위가 내놓은 정체성 관련 혁신안을 겨냥해 “총선을 앞두고 갑자기 정체성 운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선명성을 놓고 공천 물갈이를 하겠다는 자체가 너무 시대착오적이고 패권적인 행태”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편 혁신위는 전략공천과 비례대표 공천 및 공천심사 전반에 걸친 ‘시스템 공천안’과 경선 방식 등을 담은 9차 혁신안을 내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혁신안에는 앞서 혁신위가 공천 기준으로 제시한 정체성 관련 내용이 포함되는 만큼, 향후 당내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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