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메르스 막겠다는 정부, 너무 조급해"
정부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발표에 전문가 "100점 만점에 65~70점짜리"
정부가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음압격리병상과 역학조사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등의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내놓은 것과 관련, 일부 전문가는 ‘조급한 발표’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일 라디오 프로그램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이번 개편안은) 백화점 식으로 나열한 것”이라며 “이미 이야기됐던 것들 외에 장기적이거나 재원을 마련한다든지, 치밀한 준비가 없이 발표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이번 개편안에 대한 점수를 “65점에서 70점 정도 줄 수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역학조사관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숫자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역학조사관들이 질병관리본부 안에서 만족하면서 또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는 환경도 중요하고 국내 상황에 맞게 훈련 프로그램을 갖출 수 있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것과 관련, 그는 “발표 자체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다”면서도 “이번처럼 초기에 대응을 잘못해 여론이 나빠지면 질병관리본부 기능을 축소시키거나 보건복지부장관이 다시 전담해 나서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2의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복지부의 입김이 작용해 질병관리본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이 교수는 300병상 이상 병원들에 의무적으로 음압격리병상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음압격리실 하나 만드는데 비용이 적게는 1억에서 2~3억까지 들 수 있는데 정부에서 지원 없이 이를 의무화시키면 지금도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 같은 경우는 아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를 지나면서 감염관리를 강화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원 없이 규제만 늘어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며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서 의무만 늘려 놓은 상황이 많아 의사들이 회의적인 의식에 젖어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과거 응급의료 기금을 조성했던 것처럼 감염관리에 대한 기금을 조성해 시설이나 인력 차원의 장기적인 지원 체계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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