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최루가스 뒤집어쓰고 발길질 당해도 국회는 우리가...


입력 2015.09.26 09:57 수정 2015.09.26 11:20        전형민 기자

<67년 동안 국회를 지킨 로봇 태권V? 경위의 모든 것①>

물리력 줄었지만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회의장 수호자

지난 2013년 9월4일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될 예정인 가운데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이 본회의 개회 직전 발언대로 나가 안건상정의 부당함을 호소하려다 경위들의 제지를 받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9월 1일로 여의도에 터를 잡은지 40돌이 된 국회는 우리나라가 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증명하는 산실이다. 국회는 300명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수많은 보좌진과 국회직 공무원들에 의해 365일 살아 꿈틀거린다. 국회 여의도 이전 40돌을 맞이해 국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상임위와 본회의를 한결같이 묵묵히 지켜온 사람들을 소개한다. 바로 국회의원들의 경호와 각종 회의의 질서유지를 담당하는 국회 경위들이다.< 편집자 주 >

국회 경위는 1948년에 구성된 제헌국회 때부터 국회법에 따라 의장의 직속으로 의장 경호를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국회 출입인원을 관리하는 방호원과는 다르게 본청내의 회의와 의장의 경호만 담당한다. 주요 업무는 의장 경호를 비롯해 국회 본연의 기능인 본회의와 각종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등이 열리는 회의장의 질서유지다.

따라서 회의장 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돌발상황의 대처도 이들의 몫이다. 지난 1988년 입사한 경력 28년의 베테랑 경위 정종운 국회 경호기획관실 사무관은 지난 2001년 당시 한국통신 노조원이 본회의장 난입한 사건을 가장 아찔했던 기억으로 꼽았다.

당시 한국통신의 일방적인 해고로 노숙농성, 전화국 점거, 한강철교 기습 현수막 설치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한국통신 계약직 노조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4층 방청석에 본회의 방청을 빌미로 출입했다. 이들은 미리 조각내 각자의 몸에 숨겨 준비해간 플랭카드를 방청석에서 완성하고 그대로 플래카드를 들고 본회의장인 3층으로 뛰어내린 후 의장석으로 향했지만 3층의 경위들에 의해 제지된 사건이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회의장 질서 유지 못하면 경호 실패”

정 사무관은 “금속물질도 아니고 인명피해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이 사건은 경호 실패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일일이 모든 경우의 수를 어떻게 다 통제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맞는 말”이라면서도 “집회·시위가 금지된 장소인 본회의장내에서 소란행위가 있었다는 것, 4층에서 3층에서 뛰어내린 것을 못 막은 그 자체만으로도 본회의장 질서를 유지하지 못한 것”이라며 직무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경력 22년차 최초의 여성 공채 경위인 송모 주무관은 지난 2011년 김선동 전 민주노동당 의원의 본회의장 최루탄 사건을 떠올렸다. 당시 김 전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를 막으려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후 의장 등에게 최루탄에서 나온 가루를 뿌렸다.

송 주무관은 김 전 의원이 최루탄을 터뜨릴 당시 본회의장 경호를 맡았던 경위다. 그는 “최루가루를 다 뒤집어써서 눈물, 콧물 다 쏟았다”며 당시를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회상했다.

송 주무관의 동기이자 또 다른 최초의 여성 공채 경위인 이모 주무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2004년 3월12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날로 꼽았다.

그는 “(기존까지) 경위들은 의원이 아닌 보좌진들이나 당직자와 물리적으로 충돌이 있어왔다”면서 “하지만 이 경우는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상정을 반대하려는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의장의 명령에 따라 직접적으로 완력을 사용한 일이었다”고 기억했다. 이 주무관은 “국회 경위가 다수의 의원들을 향해 직접적인 완력을 사용한 일은 이 사건이 전무후무하다”고 덧붙였다.

국회 경위들은 회의장의 질서유지를 위해 내키지 않은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특히 여성 경위들이 이구동성으로 꼽은 가장 힘들었던 일은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밀양 송전탑 사건의 할머니들이 국회를 방문했을 때다.

밀양 동화마을 할머니들은 지난 2013년 2월18일 국회 지경위 소회의실에서 1차 간담회를 시작으로 5월13일까지 6차에 걸쳐 한전과 만나 이야기했다. 그 과정 중에 보상만을 이야기하는 한전의 태도에 화를 참지 못한 할머니들은 회의실에서 고성과 욕설을 했고 회의장의 질서유지를 위해 경위들은 할머니들을 ‘끌어내야’했다.

송 주무관은 그때를 떠올리며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그는 “할머니들 입장이 이해가 되니까 저희도 눈물도 흘리고 그랬다”면서 “할머니들은 자기들과 가까이 있는 국회 공무원이 우리밖에 없으니까 우리한테 사정을 이야기하시고 욕하시고 소리 지르시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밖에서도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면 안에서 회의할 때 지장이 있기 때문에 복도에서 까지 그분들을 제지하고 못하게 했어야 했다”며 “저 역시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했다.

국회 본청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의 질서유지가 주 업무인 이들은 이제 시행 1년이 지난 국회 선진화법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고 한다. 이 주무관은 선진화법 시행 전과 후의 차이점에 대해 “회의의 안건이 대립되거나 정쟁일 경우에 경위들이 바짝 긴장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선진화법 시행이후 회의장의 업무가 전에 비해 평화로운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내 역할이 미미할지라도 역사의 일부라는 책임감 가져야”

국회 경위직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국회는 대한민국의 세 축인 입법부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위직은 정기 공채가 아닌 결원이 생길 때만 충원하는 비정기 공채를 함에도 불구하고 경쟁률만 최소 200대 1에 이르는 인기직이다.

또한 60여명의 소규모 조직인 만큼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한다. 현직 경위들에게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하게 될 신입 직원에게 바라는 점을 물어봤다.

경력 32년의 이강봉 경호담당관은 “지덕체를 갖춘 직원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 경호담담관은 “체력은 물론이고 인성과 비전이 있는 삼박자를 갖춘 직원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질서유지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순간적인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판단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인성이 갖춰져 있다면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주무관은 “이 일이 대한민국에 유일무이한 직업이고 교과서에서나 보던 역사적인 현장의 그 자리에 우리가 있는 것”이라면서 “내가 하는 역할이 미미할지라도 역사의 일부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자기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전형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