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참사 KBS, '객주' 카드 통할까
사극 흥행 보증수표 김종선 PD-장혁의 만남
'조선판 쩐의전쟁' 교훈적 측면보다 재미
KBS가 사극 흥행 보증수표를 앞세운 '장사의 신(神)-객주(이하 객주)'로 대반전을 노린다.
현재 상영 중인 '어셈블리'가 5~6%의 저조한 시청률에 그치면서 KBS는 지상파 3사 가운데 수목극 단연 꼴찌를 기록 중이다.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의 성장 드라마를 담은 '어셈블리'는 열혈 시청자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한 채 쓸쓸한 종영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부진은 '어셈블리'만의 이상 현상이 아니다. 최근 1년 사이 김혜자, 도지원, 채시라가 출연한 '착하지 않은 여자들'만이 12% 안팎의 시청률로 선전했을 뿐,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일찌감치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런 가운데 반전카드로 등장한 것이 바로 '객주'다. 36부작으로 기획된 '객주'는 폐문한 '천가 객주'의 후계자 천봉삼이 시장의 여리꾼으로 시작해 상단의 행수와 대 객주를 거쳐 마침내 거상으로 성공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1979년부터 총 1465회에 걸쳐 서울신문에 연재됐던 김주영의 역사소설 '객주'가 원작이다.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현재 수목극은 20% 안팎의 시청률로 고공행진 중인 SBS '용팔이'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16일 새로 시작한 MBC '그녀는 예뻤다'가 황정음-박서준을 내세운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로 젊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어 만만치 않다.
'용팔이' 후속으로 내달 7일부터 방영되는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은 문근영, 육성재, 신은경, 온주완, 장희진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다. 무엇보다 '용팔이' 후광을 업고 시작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하지만 사극 보증수표 김종선 PD와 장혁의 만남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종선 PD는 '태조 왕건' '대조영' '광개토 대왕' 등으로 사극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연출가다. 장혁은 2010년 '추노' 2011년 '뿌리 깊은 나무'로 배우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한 바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드라마의 탄생이 기대된다. 김종선 PD도 "쉽고 재밌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한 사극들은 대부분 왕의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 한 것과 달리 서민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도 차별화된 매력으로 다가온다.
김종선 PD는 "2015년 현재성을 가진 돈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며 "2015년 현재성을 가진 돈이라는 화두를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지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성공 마인드'를 전해주고 싶다"고 연출의 변을 전햇다.
장혁과 유오성은 각각 밑바닥 보부상부터 시작해 조선 최고의 거상이 되는 천봉삼 역과 복수심에 비틀린 채 조선 최고의 상재(商材)자리를 두고 천봉삼과 경쟁하는 길소개 역을 맡았다. 평생을 걸쳐 적대관계를 이루는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여줄 예정이다.
특히 장혁은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사극이다. "아직 그 정도로 많이 했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는 장혁은 "(아직 사극을) 잘 모른다"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사극 속 인물은 살아보지 않고 책이나 영상을 통해 배운 것을 토대로 가공해야 한다"며 "천봉삼 역은 해학적인 부분을 많아 이 점을 연기를 통해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남다른 노하우를 전했다.
유오성은 길소재는 욕망의 덩어리다. 첨봉성이 과정을 중시한다면 결과를 중시하는 인물로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함몰돼 있는 인물이다.
유오성은 또 "길소개는 부 자체를 획득하는데 뜻을 갖고 있다. 돈을 모았을 때 흘러가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여 있게 만드는 사람"이라며 "욕망 자체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김민정은 '음란서생' 이후에 10년 만에 한복을 입고 연기를 한다. 특히 개똥이로 생애 첫 남장 연기에 도전해 이목을 집중되고 있다.
김민정은 "그동안 사극을 하면서 예쁜 것도 해보고 꾸미는 것도 해봤지만, 안 해본 게 남장이더라. 처음에 개똥이가 남장을 하고 다니는 모습이 더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민정은 이어 "1인 2역, 이런 건 아니지만 굉장히 변화가 큰 역할이다"며 "연기를 할 때 한 달 정도는 그 캐릭터가 온전히 올 때까지 여유 있게 생각을 하는데, 개똥이를 한 달 정도 하고 여자로 바뀐다. 또 중간에 캐릭터의 변화들이 많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이 작품에서 얼마나 유연성 있게 흐름을 타고 흘러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박은혜는 "감독님과 첫 미팅했을 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하면 끝나'라고 충고해주신 적이 있다. 이 작품이 단 한 번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며 '객주'를 자신의 연기 인생 터닝 포인트로 꼽았다.
박은혜는 "20대 30대 초반이 아니고 연기자로 계속 연기를 해야 하는 사람으로서 변화가 필요하고 새로운 모습을 앞으로 연기를 할 수 있게끔 나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이다"며 "이번에 못하면 앞으로 연기를 못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박은혜의 절실함이 통했는지 김종선 감독은 박은혜를 배우들 가운데 '으뜸'으로 꼽았다. 김종선 PD는 "처음에 우려했는데 촬영 들어간 뒤에 깜짝 놀랐다. 가장 빨리 '객주'에 흡수된 배우"라며 "연출자의 역할은 배우들이 즐거워서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돈이 신이 된 시대'라는 2015년, '객주'가 스스로를 포기하는 젊은이들과 너무 일찍 밀려나는 가장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