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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사관직원들 인권행사 들이닥쳐 하는 말이...


입력 2015.09.17 15:26 수정 2015.09.17 19:25        목용재 기자

<단독>'북한인권 아세안 국가들의 접근 방법' 세미나서

김학남 인도네시아 북 대사관 "우리 인권 모르지 않아"

인도네시아 북한대사관의 한 인사가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 당국이 북한인권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국제행사에 대거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하는 등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국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운동가들에 따르면 유엔 이벤트도 아닌 민간차원의 북한인권 행사에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때문에 최근 북한 인권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 전략·전술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북한인권시민연합(시민연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북한대사관 직원 10여명은 지난 16일 ‘북한인권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접근 방법’이라는 제하의 세미나에 참석해 북한인권 영상 상영 중지를 요청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는 발언도 적극적으로 벌였다.

시민연합은 지난 15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북한인권주간’ 행사를 갖고 세미나, 북한인권 미술작품 전시회, 탈북자와의 토크쇼 등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국제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시민연합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북한 대사관의 김송학 정치참사, 김학남을 포함한 10여명은 16일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시민연합과 세미나를 공동조직한 Djokosoetono연구소(DRC)의 Arie Afriansyah 소장에게 참가 요청을 보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북한 당국자들은 시민연합 측이 상영 중이던 ‘우리는 인간이 아니었다’라는 북한인권 고발 영상 상영 중단을 요청했지만 당시 좌장으로 참석 중이던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의해 “영상 상영은 표현의 자유”라며 거부 당했다. 이에 북한 측의 반박 영상도 함께 상영할 것을 요구했지만 시간 상의 이유로 이 또한 거부 당했다.

이날 북한 대사관 대표로 발언권을 행사한 김학남은 북한의 국제법 가입 관련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가 어떤 국제법에 가입할 예정이고 어떤 인권조직을 만들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선 정확히 답변할 수 없다”면서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국제법에 가입하는 문제라든가 인권기관을 조직하는 것이 인민들의 복리증진과 인권에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인권을 모르는 나라도 아니고 인권과 관련, 가슴아픈 체험을 가지고 있는 나라”라면서 “일제식민지 40년을 체험하며 그 사이 많은 여성들이 성노예로 강요당했고 200만명의 청장년들이 전장에 끌려가서 죽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때문에 인권보다 국권이 중요하며 그래서 확언할 수 있는 것은 인권법에 가입하는 문제, 기관을 조직하는 문제가 우리 인민들의 복리증진과 인권 향상에 영향을 준다면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다만 한가지 조건은 국권이 담보돼야 가능하다. 이것은 역사에서 찾은 교훈”이라고 덧붙였다.

김송학도 발언권을 얻어 “인권 문제는 없고 양성은 평등하다. 또한 교육과 의료비는 무료”라고 주장했다.

북한 측은 지난해 시민연합이 유엔에서 특별 이벤트를 진행했을 때 자성남 대사와 최명남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을 보낸 바 있지만, 이번처럼 민간차원에서 대사관 직원들을 대거 파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차미리 시민연합 간사는 ‘데일리안’에 “지난해 유엔에서 파나마, 호주, 보츠와나 대표부와 함께 특별행사를 진행했을 때 북한 대표부에서 자성남 대사와 최명남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 등이 참석한 바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북한이 적극적으로 입장을 내세우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북한인권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국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권은경 ICNK 사무국장도 북한이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권 국장은 본보에 “ICNK는 유엔 밖에서 행사를 진행한 경우가 없다. 유엔에서 사이드 이벤트 형식으로 행사를 진행할 때 북한인사들이 참석하기도 하는데, 한두 명 정도 와서 적극적인 발언도 하지 않고 뒤에서 살펴보는 정도”라면서 “북한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려는 추세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권 국장은 “이번행사에 대사관 인사가 대거 참석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이는데, 북한민주화운동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전략과 전술이 조금 바뀌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대응하는 발언, 전략 등은 변화가 없지만 대응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북한이 채널을 연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주장하는 내용이 과거와 같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도 달라진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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