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안' 뿔난 농어촌 의원들 한자리 모였지만...
국정감사 진행중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까 수위 조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20대 총선 지역구 의원 정수를 244석에서 249석으로 결정함에 따라 지역구 통폐합이 불가피해진 농어촌·지방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이 21일 국회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날 모임은 농어촌 의원들의 성토의 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이고 ‘특별선거구’ 설치를 촉구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는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선거구획정 논란이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져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동료의원인 다른 지역 의원과의 알력보다는 아직 국회에 입성하지 않은 20대 총선 비례대표를 논의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계산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농어촌·지방 주권지키기 의원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회의실에 모여 지난 19일 선거구획정위가 기존의 지역구 의석수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우려의 뜻을 표하면서 △획정위의 결정 철회 △농어촌지역 특별선거구 채택 △여야 지도부의 비례대표 정수 축소 논의를 강력히 요구했다.
모임의 여당 간사를 맡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획정위의 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면서 “과연 우리 국회의원들이 비례대표를 유지하면서까지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에 동의하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도 “이번에 결정된 안대로라면 강원도는 6개 군이 1개의 선거구로 묶인다”며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기도 하지만 자기 지역을 대표하기도 하는데 한 사람이 관리가 가능한 범위를 줘야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비례대표제는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제도”라며 비례대표제의 문제점을 정조준 했다.
그는 “사실 비례대표 제도의 시발은 당시 당수들의 선거자금 조달 통로로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당 대표의 전리품인 비례대표를 줄여줄 것을 양당 지도부에 촉구 한다”고 강조했다.
박덕흠 의원도 “(비례대표제가) 개인의 권력을 위해서 쓰여지고 있다”면서 “어쨌든 비례대표를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농어촌 지역에서는 농민들이 반발이 상당히 심하다”며 “국회나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서라도 막아야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유일한 야당 의원이자 야당 간사인 이윤석 의원은 “서울시의 국회의원이 48명이지만 서울시 면적의 24배에 달하는 전남 무안·신안은 1명뿐”이라며 “농어촌 지방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이 나온 선거구획정위원회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모임에는 총 7명의 의원이 모였지만 이들 중 이윤석 의원 단 1명만 야당소속인 점도 눈길을 끌었다. 여당이 지역구를 늘리거나 유지하고 비례대표제를 축소시키는 것이 의석수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반면 야당은 여당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당 의원들은 모두 비례대표제의 축소를 주장했지만 이윤석 의원만은 비례대표제에 대한 언급 없이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무안·신안과 서울의 면적을 비교하며 도농 간 격차를 강조했다.
모두발언에 앞서 황 의원이 “국감 기간이기 때문에 많은 의원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대표성을 가진 의원들이 모여서 빨리 정리하고 국감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간단하게 모였다”고 말했지만 일각에서는 이 또한 여야의 셈법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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