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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라치를 원하는 오묘한 한국 연예계


입력 2015.10.06 09:43 수정 2015.10.06 13:53        민교동 객원기자

연예인 사생활 관심 높아져 '현장사진' 주목

열애 보도, 파파라치 사진 여부에 입장 번복

배우 이종석 박신혜가 한 언론사를 통해 심야 데이트 현장이 목격, 사진 공개에도 불구하고 적극 부인해 열애설이 해프닝으로 일단락 됐다. ⓒ 박신혜SNS

파파라치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 위키백과는 파파라치(이탈리아어: paparazzi)를 유명인들을 몰래 따라가서 사진을 찍어 돈을 받고 신문에 사진을 파는 직업적 사진사라고 정의한다.

본래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대중에 널리 알려진 유명인을 대상으로 몰래 사진을 찍는 사진사를 의미하는데 대한민국에서는 일반인의 범법행위 장면을 몰래 찍어 신고 목적으로 행정기관 등에 제출하는 사진사의 의미로 변형되어 쓰이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그 유래는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가 만든 '달콤한 생활'에 등장한 카메라맨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탈리아어로 파리가 달려드는 것을 본 따 만들어졌다고 위키백과는 설명한다.

기본적으로 유명인의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파는 프리랜서 사진사를 의미하는 단어로 파리가 달려드는 것을 본 따서 만들어진 단어일 만큼 파리처럼 유명인을 힘겹게 만드는 존재다.

외국에선 파파라치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지난 1997년에 벌어진 다이애나비 사망 사건 역시 파파라치의 책임이라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할리우드에선 참다 못한 스타들이 파파라치를 폭행해서 문제기 되기도 하곤 한다.

아직 한국에는 파파라치가 없다. 물론 몇몇 매체에서 연예인의 사생활을 밀착 취재해서 보도하기도 한다. 심지어 병상에 누워 있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미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를 뛰어 넘어 기업인까지 그 취재 대상이 넓어진 셈이다.

그렇지만 이는 몇몇 특정 매체의 취재 방식일 뿐 파파라치는 아니다. 다만 해당 매체들이 파파라치 스타일의 취재를 병행하고 있을 뿐이다. 파파라치란 특정 언론사 소속이 아닌 직업적인 프리랜서 사진사를 의미한다. 외국의 경우 파파라치들은 특정 사진을 촬영한 뒤 몇몇 언론사와 협상을 거쳐 가장 비싼 값을 제시한 곳에 이를 판매하기도 한다.

파파라치가 없다는 부분이 아직까진 한국 연예계가 그나마 사생활 보호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언론사 자체가 파파라치 스타일의 취재를 병행하는 것과 아예 전문적인 파파라치가 존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프리랜서 입장인 파파라치들은 조금이라도 더 자극적인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이를 구입하는 언론사의 구미에 맞는 자극적인 사진을 찍어야 큰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해외에선 휴양지에서 옷을 벗고 휴가를 즐기는 스타들의 사진도 여지없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되곤 한다.

파파라치가 존재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이들의 사진을 구입하는 언론사에 있다. 아직까지 한국 언론사들은 이런 파파라치의 사진을 구입하지 않는다. 물론 어딘가 한 매체가 이런 파파라치의 사진을 구입해 큰 특종을 할 경우 경쟁적으로 언론사들이 파파라치의 사진을 구매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해외에 비해 아직 한국 사회가 유명인의 사생활 보호에 민감하며 언론사들도 파파라치의 사진 구매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실 파파라치의 존립 근거는 언론사가 아닌 독자의 요구, 다시 말해 대중의 요구다. 대중이 원하면 언론사도 독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파파라치의 손길을 잡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한국 대중은 파파라치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파파라치 스타일의 보도에 대중들이 크게 반응하는 편이지만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고 반발하는 대중의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서구권은 물론이고 일본과 홍콩 등에도 파파라치가 대거 활동 중인데 반해 동아시아 최대 엔터테인먼트 강국인 한국은 아직 파파라치가 없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파파라치의 최대 피해자는 단연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이다. 그럼에도 요즘 한국 연예계의 분위기는 오히려 스타가 파파라치를 원하는 방향이다. 파파라치 스타일의 취재로 촬영된 사진 등 직접적인 근거가 없다면 모두 부인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열애설이 보도될 경우 소속사의 초기 반응은 동일하다. 열애설의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해당 연예인에게 확인 중”이라는 반응을 내놓는 것. 그리곤 ‘인정’ 또는 ‘부인’의 입장을 표명한다. 소속사 입장에선 소속 연예인의 열애 등 사생활을 평소 정확히 알 수 없는 터라 확인이 필요하긴 하다. 그렇지만 단순 확인이 아닌 열애설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파라치 스타일 취재로 인한 사진이 있는 열애설은 대부분 인정한다. 부인할 만한 여지가 없는 확실한 사진이 존재할 경우 바로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부인할 만한 여지가 있다면 부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손을 잡고 있거나 단 둘이 있는 모습 등 직접적인 데이트 정황이 담긴 사진이 아닌 경우라면 “지인들과 함께 있는 자리였을 뿐”이라며 열애설을 부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체적인 근거가 없이 ‘지인의 증언’이나 ‘목격담’ 등으로 이뤄진 열애설 보도의 경우 대부분의 연예인이 ‘부인’한다. 열애설이 불거질 경우 연예인 입장에선 손해 보는 부분이 많다. 굳이 손익을 따지지 않더라도 공개 열애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열애설 인정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이런 식의 흐름이 파파라치를 부리고 있다. 요즘에는 열애설을 보도하기 위해선 결정적인 사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만 연예인 측 뿐 아니라 이제는 대중도 데이트 사진이 공개되지 않은 열애설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데이트 사진이 없으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연예인의 반응이 서서히 언론에 파파라치 스타일의 취재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사실 열애설 취재는 지인의 증언과 목격담을 모으고 이를 크로스체크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열애설이 매우 민감한 기사이기 때문이다. 데이트 사진이 없다고 모두 부인해도 되는 허무맹랑한 열애설 보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해당 연예인이 부인하면 그때까지의 담당 기자의 노력은 ‘오보’로 마무리되고 만다.

최근 공항에서 해외로 출국하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된 서세원은 한 여성과의 동반 출국설에 휘말렸다. 그렇지만 해당 여성이 일행이 아니라며 동반 출국설을 강하게 부인한 서세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그분의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나, 같이 차에서 내리는 사진 등 여자친구임이 더 명확히 보이는 사진이 있으면 공개해 보라”고 얘기한 바 있다.

당시 보도 내용에도 사진은 존재한다. 서세원의 모습과 동행자로 보이는 여성의 사진이 모두 공개됐다. 그렇지만 일행이라고 보이는 결정적인 사진은 없었다. 물론 서세원의 동반 출국설 강력 부인은 본인의 주장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따라서 당시 서세원은 해당 여성과 동반 출국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서세원의 발언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손을 잡고 있는 사진이나, 같이 차에서 내리는 사진 등 여자친구임이 더 명확히 보이는 사진이 있다면 인정했을 것이라는 의미라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예인의 반응이 오히려 한국 사회에 파파라치의 활동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일 수 있다.

혹자는 얘기한다. 한국에도 스타의 일수거일투족을 모두 밀착 취재하는 파파라치가 있다면 연예인이 음주 운전을 하거나 폭행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결국 사생활 전반이 파파라치의 취재 대상이 될 경우 사생활 관련 물의는 많아 사라질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면 구설수 없는 연예계가 좋아지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스타라는 이유로 모든 사생활을 대중에게 오픈해 놓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파파라치가 없다는 얘긴 아직 한국 연예인들이 최소한의 사생활 보호는 받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연예인이 스스로 사생활 보호의 마지막 관문을 허물 필요는 절대로 없어 보인다.

스팟연예 기자 (spote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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