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취업박람회…대기업 '북적' 중소기업 '한산'
<현장>청년 취업난 시대 쓸쓸한 자화상, 일부 구직자 "중소기업 생각없다"
정치권에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국회가 구직 인파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 곳에서도 대기업 선호 현상은 두드러졌다.
2일 국회 잔디마당에서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대한민국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 박람회'가 개최됐다. 이 행사는 국회와 정부, 서울과 인천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최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동반성장위원회 등이 주관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행사장에는 점심 시간을 전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들의 표정에서는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접수처에서 만난 한 남성 구직자는 "IT 계열의 회사를 알아보러 왔다"며 연신 웃어보였다.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많이 사람이 붐비는 방향으로 시선이 쏠렸다. 그 곳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A 그룹의 부스가 계열사별로 모여있는 곳이었다. 대부분 20대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단정한 면접 복장을 하고 줄지어 자신의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군데군데 나이가 든 중년 참가자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A 그룹 계열사 부스 앞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한 20대 구직자는 "내가 가고 싶은 회사라 조금 오래 걸리더라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며 "긴장이 되면서 조금 떨린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동통신사로 유명한 B 그룹의 부스 앞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특히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C 그룹관 앞에는 승무원을 지원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속해 있는 학교에서 단체로 국회를 방문해 행사에 참석, 삼삼오오 무리지어 있었다. '데일리안'이 이 곳을 방문했던 시간은 C 그룹의 채용설명회가 끝난 직후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 곳에서 만난 승무원 지망생은 "학교에서 단체로 와서 채용설명회를 듣고 나왔다"며 "대형 항공사 부스 위주로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 디딜 틈 없는 대기업 부스 옆에 휑한 중소기업 부스
인산인해를 이루는 구직자들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을 때 조금 떨어진 중소기업의 부스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발길을 돌렸다. 그 곳은 상대적으로 훨씬 한산했고 상담을 원하는 구직자는 기다림 없이 손 쉽게 인사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일부 부스의 인사담당자들은 상담자가 없어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거나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휑한 상태의 부스를 지키던 한 중소기업 인사담당자는 "부스를 연 지 4시간이 지났는데 9명의 구직자와 상담을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나같아도 대기업의 부스를 먼저 찾을 것 같다"며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왔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크지는 않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장내 대기 장소와 휴게실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구직자들이 많았지만 중소기업 부스에 눈길을 주는 이는 드물었다. 장내에서 만난 한 20대 남성은 "대기업의 취업을 원한다"며 "아직 중소기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와 동행한 한 남성도 "대학 졸업반이거나 갓 졸업한 20대 중반 정도의 사람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취업을 선호한다"고 거들었다.
뒤늦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접수처를 찾은 한 구직자 역시 "나는 이공계를 전공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부스를 다녀볼 생각"이라면서도 "대기업 부스에 먼저 가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이고 질 좋은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고민하는 정치인들이 모인 국회지만 이 곳에서조차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한편, 국회에서 처음 일자리 박람회가 진행된 가운데 참석자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항공사 부스 근처에서 만난 한 여성은 "국회에서 이런 행사를 하니 색다르다"며 "또 국회에서 행사가 진행되면 참석할 의사가 있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취업 컨설팅을 경험한 구직자들은 행사장을 나가기 전 잔디마당 중앙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국회 본청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고 잔디마당 곳곳에서도 정장 차림을 한 채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표정으로 '셀카'를 찍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평소 '열린 국회'를 강조하는 정의화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처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고민하던 중 일자리 박람회를 진행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국회사무처만의 힘으로는 진행하기 힘들어 고용노동부와 함께 준비했다"며 "2만명 정도 참석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반응에 따라 다음에 또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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