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부터 독립은 커녕 눈 찢어질라...' 확정위는 이미...
정가 "획정위 결정 미룬 것은 이미 정치권 눈치본다는 것"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지난 2일 선거구획정 결정 발표를 미루면서 그 취지가 빛바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꾸려진 획정위가 획정결정을 미루는 행위 자체가 이미 정치권의 눈치를 살핀다는 지적이다.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2일 오후 2시에 회의를 시작해 이날 5시 선거구획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회동에 들어가자 회의 시간을 연장하고 발표를 오후 7시로 미뤘다.
획정위는 이날 여야 원내수석회동이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자 결국 오후 10시가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한 채로 회의를 끝냈다. 이날 선거구를 결정짓지 못한 획정위는 오는 13일까지는 반드시 선거구를 획정한다는 방침이다.
획정위 스스로는 결론을 내지 못한 것에 대해 자치구·시·군 일부 분할 방안이 파행의 걸림돌이었다고 말했지만 한 관계자는 “방망이만 두드리지 않았을 뿐 지역구 246석은 확정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여야 협상의 눈치를 보다보니 회의가 늦어지고 파행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획정위가 정치권 눈치를 보고 결정을 꺼리면서 스스로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는 점이다. 선거구획정 관련 비례대표 숫자를 줄이자는 여당의 의견과 비례대표 숫자는 절대 줄일 수 없다는 야당의 주장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결국 여야가 윈-윈 하기 위해서는 의원정수를 늘려야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의원정수 확대는 여야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현 상황을 유연하게 해결할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하지만 국민 정서상 여야 어느 쪽도 함부로 거론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지난 2일 여야 원내수석회동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야가 거론조차 부담스러운 의원정수 확대 문제를 ‘획정위가 총대를 메고 의원 정수 확대를 요청해달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획정위에 보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 위원인 한 의원은 이런 관측에 대해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맞는 말이기도 하다”면서도 “하지만 더 문제는 획정위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원들은 정치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껏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인데, 왜 소신껏 이야기하고 획정을 진행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이어 선거구획정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책임이긴 하지만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민심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의원정수 확대로는) 방법이 없다”면서 “양당 대표가 담판을 지어야만 해결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정개특위의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의원정수의 확대에 대해 “우리 당은 절대로 의원정수의 확대를 바라지 않는다”며 펄쩍 뛰었다. 그는 “야당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우리 당은 자신 있게 이야기하건대 절대 아니다(의원정수 확대를 바라지 않는다)”고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했다.
이 의원은 “우리 당은 내보일 수 있는 카드를 다 내보였지만 야당은 그렇지 않다”면서 “야당이 비례대표도, 농어촌·지방 지역 선거구도 축소할 수 없다는 모순에서 빠져나와야한다”고 말해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고착화된 선거구획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 “농어촌·지방 선거구를 늘리자는 것에 여야가 합의만 할 수 있다면 법률·학계 등 전문가들을 포함시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여야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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