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시한내 선거구 획정 결국 물건너가나
정치권, 선거구 따라 이합집산…기준안 도출 사실상 불가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결국 선거구획정에 실패했다. 선거구획정위는 12일 오후 회의를 시작했으나 결국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획정위 김대년 위원장은 산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최종합의 도출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애당초 선거구획정위는 국회에 획정안을 제출해야하는 법정기한인 13일을 준수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기한준수를 위해 여야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이 12일 오전 한 차례 회동했지만 큰 성과 없이 헤어졌기 때문이다.
획정위는 지난 2일 이미 한 차례 정치권의 눈치를 보다가 획정을 미룬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정치권에서 선거구획정기준을 제시해주지 못한다면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정의화 국회의장,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가급적 양당이 적극적으로 기준안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원 원내대표는 회동을 통해 합의점을 찾았냐는 질문에 “입장차가 분명히 있었다”며 “(합의점을 찾도록) 주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계속 양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 간의 논의가 있을 것이고 (기준안 마련 완료) 시한은 내일 오전 중으로 하자고 의장이 말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편 선거구획정위가 현행대로 지역구 의석수를 246석으로 놓고 논의할 경우 서울(1곳), 인천(1곳), 경기(7곳) 등의 의석이 늘고, 광주(1곳), 강원(1곳), 전북(2곳), 전남(2곳), 경북(2곳), 경남(1곳)이 줄어들 것으로 알려지는 등 각종 설(說)이 난무하자 이날 여야 의원들은 중구난방(衆口難防)으로 선거구획정위를 압박했다.
새누리당 대구·경북 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모임을 가졌다. 모임에 앞서 정개특위 위원장이기도 한 이병석 의원은 “워낙 지역 주민들이 지역 대표성에 대해 강력히 요청해서 모였다”면서 은근히 지역 민심을 강조했다.
경북 영주를 지역구로 둔 장윤석 의원도 “(헌법재판소의 판결대로) 인구 편차가 2대 1로 획정되면 농어촌 지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행정구역의 수와 면적도 인구와 함께 동등하게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충청권 의원인 이장우 의원도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선거구 획정은 충청권 표의 가치와 등가성 문제가 반드시 반영돼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선거구획정과 관련 지역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하고 “충청권 전체의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기준·박홍근·이목희·이원욱·이학영·인재근·정호준·홍영표·홍익표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선거구 인구편차 2대 1원칙을 지키면서 비례대표를 확대 내지는 유지하는 안을 13일을 지켜서 내라”고 주장하는 등 선거구에 따른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2일 합의 도출에 실패한 후 “법정기한은 반드시 지키겠다”며 의지를 내비쳤지만 여야가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13일 획정안 도출은 사실상 실패했다. 하지만 제20대 총선이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만큼 선거구획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치권의 이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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