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위원장 황진하 주고 공천룰 일부 받고?

이주영 고사에 김재원 "누가해도 상관 없다", 결선투표제설 '솔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에 나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서울공항에서 환송나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 새누리당에서 적용할 공천 룰을 정할 특별기구 구성이 위원장 선임 문제로 지연되는 가운데 결국 누가 맡게될 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친박계와 비박계가 위원장 결정권과 공천 룰을 '주고받기' 했을 가능성도 제기하는 상황이다.

추석 연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회동 이후 안심번호 공천제를 꿈꾸던 김 대표는 친박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지난달 30일 의총을 열어 이달 5일까지 당내 특별기구를 구성해 공천 룰을 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위원장을 놓고 다시 한 번 계파 간 충돌이 벌어지며 예정했던 일정에 특별기구는 발족되지 못했다. 친박계는 당초 김태호 최고위원을 밀었으나 김 최고위원이 거절 의사를 밝히자 친박 중진인 이주영 의원으로 변경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의원마저 "공식적으로 누구한테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받은 적도 없지만 요청이 온다고 해도 맡을 생각이 없다"며 잘라 말하며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다. 김 대표는 관련 논의 초반부터 줄곧 황진하 사무총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이후 친박계는 '위원장 자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방향으로 돌아선 모양새다. '친박' 김재원 의원은 "위원장이 특별기구의 전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가 맡아도 상관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직하고 있는 김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너무 이 문제를 크게 지금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저는 합리적으로 대화를 통해서 빨리 결정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위원장을 누가 맡았다고 해서 그것을 좌지우지하고 당을 흔들 수 있는 그런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친박계 의원은 '데일리안'에 "(이 의원 고사 후) 지금까지는 다른 인물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의 거절 이후 즉시 이 의원이 거론됐던 것에 비하면 다소 늦은 움직임이다.

그는 김 대표가 위원장으로 밀고 있는 황 총장에 대해 "좋은 안"이라고 평가하며 지금 마무리 단계니까 조만간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맡아도 상관없다'는 김 의원의 말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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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김 대표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김 대표는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기구 구성에 관한 이야기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며칠째 계속 반복되는 자세다.

일각에서는 최근 청와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원장 결정권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친박계가 원하는 공천 룰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조건으로 위원장 결정권을 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오후 한 매체는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김 대표와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 원유철 원내대표가 3자 회동에서 서 최고위원과 원 원내대표가 결선투표제 도입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결선투표제는 1차 경선 이후 1위 후보가 50%의 지지율을 넘지 못하거나 1·2위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가 다시 경선을 치르는 재도로 현역 의원들에게 불리하게 받아들여지는 제도이다.

김 대표 측은 이들의 요구를 '청와대와 친박계가 원하는 신인들을 심으려는 복선'으로 받아들이고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와 박 대통령의 화해 모드가 여러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김 대표는 전날 한미정상회담차 출국하는 박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서울공항을 찾았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만난 것은 지난 5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9회 한인의 날 기념식' 이후 8일 만이다. 당시 행사 때 이들은 눈도 마주치지 않아 당청갈등의 결정판 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이 날은 김 대표가 "잘 다녀오시라"고 인사를 건넸고, 두 사람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으나 내용은 비밀"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경색돼보였다'는 지적에 "원래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며 부인했다.

특히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당부 사항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고 답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이다"라며 함구했다. 이 자리에서 공천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선 11일 저녁에는 김 대표가 근처 식당에 있던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찾아 가기도 했다. 당시 김 대표는 "저녁을 먹고 있는데 근처 식당에 (현 수석을 포함한) 몇 명이 있다고 해서 집에 들어가는 길에 들러 한 30분 있다가 나온 게 전부"라며 "공천과 관련한 이야기는 일체 없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청와대와의 물밑 조율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청와대가 김 대표에게 위원장 결정권을 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관련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발을 뺐고, 한 최고위원의 측근도 "그런 것은 아닐 것"이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