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황재균 ML도전…실패해도 남는 장사?
손아섭 황재균, 구단 허락해도 규약 의해 1명만 가능
도전 의사 피력했다는 것만으로도 몸값 상승 효과
류현진에 이어 강정호의 연착륙으로 국내 야구에도 메이저리그행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타자 손아섭과 황재균은 포스팅시스템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는 뜻을 구단 측에 전달했다. 여기에 일본프로야구 한신과의 2년 계약이 끝난 오승환 역시 메이저리그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 박찬호를 필두로 시작된 메이저리그 러시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선수들에 한해서였다. 이들은 마이너리그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기본기를 다시 배웠고, 일부는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에, 그렇지 못한 이들은 한국 무대로 발길을 돌렸다.
이후 2000년대 중반 WBC와 올림픽 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하자 본격적인 미국행이 이뤄졌다. 한화의 에이스였던 류현진은 2000만 달러가 넘는 포스팅 금액을 이끌어냈고,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의 한축을 맡으며 ‘한국 특급은 메이저에서도 통한다’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1년 뒤에는 FA로 풀린 윤석민이 볼티모어행을 확정했고, 지난 시즌이 끝나고는 강정호, 김광현, 양현종이 한꺼번에 타진했다. 이중 메이저리그 계약에 성공한 이는 강정호가 유일했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와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양현종은 턱없이 낮은 포스팅 액수에 협상 테이블에 조차 앉지 못했다.
올 시즌 후에는 넥센의 거포 박병호가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는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이변이 없는 한 좋은 대우를 받으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전망이다.
다만 박병호 외 선수들의 성공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미 손아섭과 황재균이 도전 의사를 밝혔고, 두산의 김현수는 FA 자격을 얻게 돼 자유롭게 원하는 팀과 협상할 수 있다.
김현수의 경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콘택트 능력만큼은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수비와 주루플레이, 파워 등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메이저리그는 장점의 극대화보다 약점을 최소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무대다.
손아섭과 황재균도 복수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김현수보다 뛰어난 선수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 거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KBO 규약에 따르면, 해외 구단에 양도할 수 있는 선수는 1년에 한 명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롯데가 허락한다 하더라도 두 선수가 동시에 나갈 수는 없는 뜻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행에 실패할 경우 도전 의사를 밝힌 것만으로도 손해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있다. 자신의 몸값을 크게 높이는데 상당한 직, 간접적 홍보 효과가 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이저리그행에 실패한 김광현과 양현종의 올 시즌 연봉은 수직상승했다. 지난해 뛰어난 성적이 반영된 부분도 있지만 위로하는 차원에서 ‘웃돈’이 얹어졌다는데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김광현은 2억 7000만원에서 6억원(인상률 122%)으로 비FA 선수로는 역대 최고 인상액을 찍었고, 양현종도 1억 2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233.3% 인상돼 KIA 팀 역대 최고 인상 금액을 기록했다.
운이 좋아 미국행이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설령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에 머물더라도 다시 국내 무대로 유턴하면 된다. 실력보다 이름값이 크게 오른 윤석민이 FA 역대 최고액(4년 90억원)을 경신한 것이 그 증거다.
일본에서 돌아온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과거 김태균과 이종범, 이병규, 정민철, 정민태 등은 일본무대서 실패를 경험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들 역시 최고 수준의 대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더욱 슬픈 현실은 언제 부진했냐는 듯 다시 펄펄 날아 KBO리그의 수준을 가늠케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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