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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과 전쟁 끝나니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만 남았다


입력 2015.10.16 07:27 수정 2015.10.16 07:37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변화된 과학영화에 비친 현대인의 심리

영화 '마션' 스틸컷.ⓒ(주)이십세기폭스코리아

최근 과학영화가 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우주여행에 관한 영화들이 연이어 크게 흥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여행이라고 했을 때 예전과 같이 거창한 우주전쟁이나 모험과는 거리가 있다. 우주공간자체에서 벌이는 이동과 생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과학우주영화가 잇따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 시작은 영화 '그레비티'에서 시작되었고, '인터스텔라'를 거쳐, '마션'에 이르고 있다. '마션'의 흥행에는 '그레비티'에서 시작된 과학우주영화에 대한 강력한 감흥이 '인터스텔라'를 거쳐 전이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본래, 이 영화들은 어떤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매력 포인트라기보다는 우주를 통해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사회문화 심리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공간에서 벌이는 모험은 '에일리언' 시리즈나 '스타트렉' 시리즈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영화에서는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고 그들과의 대결은 필수적이다. 갈등상황에서 주인공들의 모험은 때로는 공포를 때로는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스타워즈'시리즈는 아예 선과 악의 대결을 중심에 두는 우주 전쟁을 표방하고 있다. 액션 오락영화의 차원에서 우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전투 장면이나 결투 장면이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다.

우주와 지구에 관해 진지한 성찰을 다룬 작품도 있다. 1968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서나 근래의 리들리 스콧 '프로메테우스'(2012)에서는 우주공간을 다루지만 인간의 진화에 관한 탐색과 그 원리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 우주공간에서 인간의 활동보다는 우주 공간을 매개로 거대한 담론을 전달하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것이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의 경우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는데 대중적인 흥행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영화 '마션'은 왜 그러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는 '그레비티'이후 확인된 대중적 관심사를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대중적인 관심사의 변화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모험을 통해 미지의 신세계에서 우주 생명체들을 만나 전투를 벌이는 것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외부의 존재보다 자신에게 더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영화 내용면에서도 섣부른 외계 생명체와의 갈등과 결말은 허탈감을 가중시킬 뿐이다. 더구나 웬만한 캐릭터는 이미 다 나오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개개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생존법이다. 우주공간은 하나의 은유적인 무대가 될 수 있다. 더구나 그 공간을 다녀온 이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가고 싶은 선망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감이 교차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긴장감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최근 출판사에서는 생존에 관한 책들이 인기를 모아왔다. 위험 사회가 투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우주공간에서 구체적인 과학 원리를 통해 생존을 모색한다. 즉, 우주공간에 던져진 주인공들이 집으로 돌아가려는 열망이 강화 되었고, 그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지 매우 구체적이다. 심지어 영화  '마션'에서는 감자도 심어서 먹는 방법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요즘 우주 과학 영화의 특징은 재난 상황의 탈출기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재난 위험이 많아진 현대인들의 심리를 투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출판사에서는 생존 방법에 대한 책들이 인기를 끌어온지 오래이다. 특히, '그레비티'나 '마션'은 우주에서 재난을 당할 때 어떻게 구조를 당하거나 탈출할 수 있는 지 매우 구체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과학이론이나 법칙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 내용들이 자칫 어려울 수 있지만 흥미로운 상상력과 설득력 있는 상황 전개를 통해 몰입을 이끌어낸다. 주인공의 상황은 바로 그 영화나 작품을 대하고 있는 본인 자신의 이야기인 것으로 생각되게 만든다. 다분히 에듀테인먼트 요소가 이런 과학영화에 있다. 철학적이거나 너무 과학적인 내용은 시각적인 설명을 통해 풀이하면서 서사를 구성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같이 관람할 수 있다.

이처럼 거창한 명분이나 원대한 담론은 뒤로 하고, 개인이 어떻게 무사히 살아서 집 즉 지구로 돌아가는가에 초점을 맞출 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혼자 능력이 뛰어나서 살아돌아간다는 영웅적인 측면의 캐릭터나 서사 구조도 없다. 가족이나 동료들의 지지나 동료들의 도움이 절대적이다. 그것은 현실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이 가족과 동료들, 친구들이라는 점을 투영하고 있는 셈이다.

나사의 경우에도 결국 우주탐사에 관한 예산을 늘리기 위해 이런 영화에 매우 협조적이다. 영화들의 흥행으로 나사가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나사는 예산확대에 긍정적이기를 바라고 있다. 심지어 유인우주선을 보낸지 40년이 지났다. 역시 나사도 어려운 상황, 블랙홀에서 탈출하는데 혼자 힘으로는 안되는 일인 것이다. 나라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무한할 것 같은 성장 시대가 아니라 저성장 불황의 시대에 버텨 낼 수 있는 것은 서로의 협력이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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