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의 이제는 품격>펜타곤에서의 사열, 아쉬운 장면들
요즘 서구인들이 가장 호감을 가지는 동양 여성지도자로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와 중국 시진핑 주석 부인 펑리위안을 꼽는다. 이에 한국인들은 아웅산 수지 여사는 민주화 투쟁으로, 펑리위안 여사는 미모와 패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줄로만 알고 있지만, 이는 두 사람 공히 글로벌 매너에서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상급임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아시아인으로서는 드물게 똑바른 몸자세로 당당한 포스를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동양 여성지도자로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자라목에 굽은 어깨의 박 대통령의 자세는 얼핏 어쭙잖은 미성숙 여학생 분위기를 풍긴다. 바르지 못한 자세로는 글로벌 무대에서 절대 호감을 얻지 못한다.
곧은 자세는 매너의 기본
이미 굳은 자세야 하루아침에 바로 세울 수 없는 일이고, 본인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고집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매너나 의전은 국가를 대표하는 공인인 만큼 글로벌 정격에 맞추도록 노력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헌데도 박 통령의 매너와 복장은 글로벌 기준에 한참 못 미칠 때가 많다. 심지어 상투적인 의전에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 예로 엊그제 미 국방부를 방문하여 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이 그랬다.
박 대통령은 미 국방부 의장대를 사열하는 도중 기수대 앞에서 갑자기 멈춰 서서 목례를 올리는 장면이 뉴스를 통해 전 세계에 퍼져 나갔다. 아찔한 순간이다. 박 대통령의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북한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에서 한심하다는 듯이 코웃음 쳤을 것이 틀림없겠다. 분명 사열 받는 의장대원들도 이 같은 전례 없는 행동에 속으로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사열의 의미도 모르는 국가 최고지도자?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시 의장대 사열 중 의장대 혹은 의장대가 들고 있는 기(旗)를 향해 절(목례)을 올리는 버릇이 있다. 한국인들에겐 그게 당연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국제사회에선 완전 코미디감이다. 청와대의 대통령 의전 매뉴얼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지, 아니면 당신이 동방예의지국 최고지도자로서 예의바름이라고 여기는지 알 수 없으나 아무튼 난센스도 그런 난센스가 다시없겠다.
어느 나라건 외국 국빈을 맞는 의장대는 사열할 때 자국기와 자국 군대기만 든다. 상대방 국기는 들지 않는다. 하여 사열하는 귀빈은 사열 중 어떤 경우에도 예를 표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당사국 지도자와 의장대장은 기수대 앞을 지날 때 걸어가며 거수로 국기에 대해 경례를 한다.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국가최고지도자는 자국기에만 예를 갖춘다. 이는 축구 등 국제경기 시작 전 의례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데 한국의 박대통령은 사열 도중 멈춰서 거수경례도 아닌 절까지 바치고 있다. 목례라고는 하지만 그건 우리끼리 하는 절인사일 뿐 세계인들은 그걸 인사로 보지 않는다. 목례의 글로벌 코드는 ‘묵념’이다. 당연히 세계인들은 이 사진을 보고는 ‘무슨 추모행사인가?’ ‘헌화도 없이 묵념?’으로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동방사대지국 혹은 동방하인지국?
게다가 앞만 보고 걸어가며 사열하는 폼은 당신이 사열을 하는 건지 거꾸로 사열 당하는 건지 모를 정도다. 사열은 상대국 의장대의 기상을 살피는 것이다. 따라서 고개를 살짝 돌려 의장대들과 피아노 건반 훑듯 눈맞춤 해나가는 것이 사열의 정격 폼이다. 비단 박 대통령 뿐 아니라 이전의 문민정권 대통령들 모두 하나같이 멍하니 앞만 보고 걸어갔었다.
당연히 사열을 마치고도 답례를 하지 않는다. 다만 안내를 한 의장대장이 경례를 올릴 때 “수고했다!”는 표시로 눈 깜빡, 고개 살짝 까딱해주는 정도는 허락된다. 물론 그마저 표하지 않아도 무례가 아니다. 한데 일국의 최고지도자가 상대국 졸병들에게 고개 숙여 절까지 올리다니! 글로벌 토픽감이다. 참고로 목례(目禮)의 본래 의미는 눈인사이지 목[頸]인사가 아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목인사[頸禮]는 하인들만 하는 인사법이다.
각 나라의 국빈을 맞는 의전매뉴얼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위의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이는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 동영상 몇 개만 살펴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백악관에서 국빈을 맞는 의전은 물론 미국 대통령을 맞는 세계 각국의 의전 행사 동영상이 올라 있지만 박대통령처럼 순방국 의장대에 절을 바치는 경우는 없다. 국격은 역사교과서가 세워주는 것 아니다. 지도자와 국민 개개인의 매너가 곧 국격이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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