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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일장춘몽'으로 끝난 '축구대통령'


입력 2015.10.22 13:28 수정 2015.10.24 00:13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정 명예회장 측 6년 자격정지 징계 조치 중단 요구에 취리히 법원 기각 결정

FIFA 개혁 추진하는 윤리의원회 시각에서는 정 명예회장도 개혁 대상으로 봐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명예회장.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향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도전이 결국 종지부를 찍게 됐다.

FIFA는 21일(한국시각) 임시 집행위원회를 통해 정 명예회장이 스위스 법원에 6년 자격정지 징계를 일시적으로 중단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이를 스위스 법원이 기각했다고 밝혔다.

FIFA는 이날 성명을 통해 취리히 지방법원은 FIFA 윤리위원회가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는데 어떤)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취리히 지방법원은 또 윤리위원회가 자격정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이유를 발표하지 않았는데 정 명예회장 측이 자격정지의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먼저 자격정지 처분을 일시적으로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은 절차상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명예회장 측은 성명을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성명 내용 중에는 사실상 FIFA 회장 출마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우선 정 명예회장은 “FIFA가 지난 8일 저에 대한 부당한 제재를 가한 이후 후속 사법대응 절차에 필수적인 판결문(reasoned decision)을 2주일이 되도록 보내지 않아 끝까지 입후보를 방해하고 있다”며 “FIFA는 스위스 지방법원이 제재 효력 일시 중단 가처분 신청에 대해 판결문이 없는 상황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기각 결정을 내리자 이를 언론에 알리면서 마치 지방법원이 FIFA의 부당한 행위를 정당화해준 것처럼 왜곡 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 명예회장은 “FIFA의 방해로 오는 26일 회장 선거 등록일까지 후보 등록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사실상 이번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포기하게 됐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FIFA 제재의 부당성을 밝히기 위하여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혀 자신에게 내려진 6년의 자격정지 징계의 시시비비를 끝까지 가려보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사실 이번 정 명예회장에 대한 FIFA의 징계를 두고 국내 언론을 중심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고, 그런 와중에 소위 ‘음모론’이 난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모든 일이 여전히 부패한 ‘FIFA 마피아’의 소행이라는 것.

부패의 ‘몸통’ 격인 제프 블래터 현 FIFA 회장과 블래터 회장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이 90일간의 예비적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데 반해 정 명예회장은 이보다 훨씬 무거운 6년의 자격징계를 받았다는 것은 분명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것. 특히, 이와 같은 형평성을 잃은 조치는 여전히 부도덕한 FIFA가 정 명예회장이 FIFA 회장 선거 입후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블래터와 플라티니를 비난한 것에 대한 보복일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지적은 다분히 한국적인 정서에 기반한 지적일 뿐이다. 어차피 블래터와 플라티니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과 정 명예회장에 대한 자격정지 징계는 그 처분 근거 자체가 다른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징계 수위만을 놓고 어느 쪽이 더 가혹하다고 평가하는 것 자체도 무리가 있다.

블래터와 플라티니에 대해 내려진 징계는 이들의 부패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들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잠정적 처분으로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이들에게 영구제명의 처분까지 내려질 수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이들에게 내려진 조치가 정 명예회장에게 내려진 그것보다 현저하게 가벼운 징계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 명예회장 측은 또 FIFA 윤리위원회가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동시 선정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이 7억77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축구발전을 위해 쓰겠다는 서한을 FIFA 집행위원들에게 발송한 행위가 윤리규정 위반임을 이유로 조사를 시작했지만 조사과정에서 구체적인 혐의를 찾지 못하자 비협조와 비밀유지 위반 등을 이유로 6년의 자격정지의 처분을 내리면서도 구체적인 징계 사유를 서한에 밝히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윤리위원회의 이번 처분은 그 정도가 지나칠 뿐만 아니라 그 진짜 의도 역시 정 명예회장의 FIFA 회장 도전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정 명예회장 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FIFA 윤리위원회는 그동안 2018-2022 월드컵 개최지 동시 선정 절차와 관련해 비리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고 이번 징계는 그 조사 보고서에 따라 올해 1월에 시작된 절차에 따른 것이다. FIFA 윤리위원회 조사절차의 시작 시점이 블래터의 FIFA 회장 5선 성공과 사임 선언이 이뤄지기 이전이다. 당연히 정 명예회장이 FIFA 회장 도전을 선언하기 이전이라는 말이다.

이번 정몽준 전 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에 대한 FIFA의 장계와 그에 따른 FIFA 회장 선거 출마 무산은 단순히 그가 이번에 있을 FIFA 회장 선거에 도전할 수 없게 됐음을 의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가 FIFA 회장 선거를 비롯한 FIFA의 쇄신 내지 개혁 작업의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현재까지 오는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은 FIFA의 부패 문제 극복과 FIFA 내부 개혁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내놓았지만 정작 현재 FIFA의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윤리위원회 눈에 정 명예회장은 개혁의 주체가 아닌 개혁의 대상임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결국 정 명예회장이 징계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미래의 어느 시점에라도 다시 FIFA에서 일정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계 축구대통령’을 향한 정 명예회장의 꿈과 한국 축구팬들의 꿈이 ‘일장춘몽’에 그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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