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팩트'만 전달했을까
[기자의 눈]한국말 못하는 신동주에 살 붙이고 해석까지...진실 왜곡 우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인터뷰를 하고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SDJ코퍼레이션 고문)이 통역을 하는데, 신 전 부회장이 1분 말할 때 민 고문은 10분을 말하더군요. 신 전 부회장의 말을 단순히 통역만 하는 게 아닌 거기에 살을 붙여서 자의적으로 해석까지 하는 거 같았습니다. 신 전 부회장이 하고자하는 말이 제대로 전달됐을지 의문입니다."
최근 신 전 부회장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지인의 말이다. 신 전 부회장은 민 고문과 함께 최근 여러 언론사들을 돌며 직접 인터뷰를 가졌다. 언론사 대표나 편집국장들을 직접 만나 자신들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기 위한 자리였다. 신 전 부회장이 언론사들을 돌며 생산된 인터뷰 기사만 수십 건에 달한다.
하지만 정말 민 고문이 신 전 부회장의 말을 단순 통역한 것이 아닌 살을 붙이고 해석까지 했다면 그 기사들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할지 의문이 든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말을 하지 못한다. 과거 일본어로 인터뷰하는 것이 방송에 나오면서 국민적 반감을 부추겼다. 그 영향으로 지난 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신 전 부회장은 민 고문과는 영어로 대화를 나눈다.
문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고 법정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서 '제3자'인 민 고문이 개입해 살을 붙여 '해석'까지 한다는 점이다. 법리적 해석에 맡겨야 하겠지만 문제의 소지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제대로 롯데 경영권 분쟁 이슈를 알리는데도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이 거의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지게 된 배경 역시 민 고문 영향이 컸다. 그 이전까지 '롯데호텔 34'층은 롯데에 있어서 존경과 존엄의 공간이었다. 어느 누구도 쉽게 올라갈 생각을 하지 못한 곳이었다. 그런 공간에 '직원도 아니고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들 다수가 몰려와서 무단으로 진입'한 것이다. 그것을 지켜보던 롯데 직원들의 마음은 참담했다.
이날 고령의 신 총괄회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가지는 과정에서도 민 고문이 개입해 유도 질문을 한다거나 특정 대답을 하게끔 했다는 전언이다.
민 고문이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에 개입하게 된 정확한 배경은 알기 힘들다. 그가 운영하는 사모펀드의 손실 때문이라는 설과 포스코 비리에 관련한 검찰조사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롯데로 옮겨, 의혹을 일축시키려는 의도 등 다양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중심에는 '돈'이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 보도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 간의 대화 내용에도 신 총괄회장이 변호사 수임료에 대해 보고를 받으며 "큰돈이기는 해도 이것으로 사태가 끝날 수 있다면 다행이니 철저히 준비하라"고 말했다.
결국 민 고문을 비롯한 SDJ 측에 선 정혜원 홍보 상무, 법무법인(양헌, 두우), 홍보대행사(웨버샌드윅) 등은 이번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 거액의 수임료를 보장 받았을 것이라는 거다.
바로 이런 이유로 신 전 부회장의 말에 살을 붙이고 해석까지 하는 민 고문의 말을 신뢰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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