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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맡길 '국정화'에 '막말퍼레이드', 이성차려야...


입력 2015.10.29 18:00 수정 2015.10.30 08:42        최용민 기자

<기자수첩>막말 아닌 건전한 비판과 풍자가 보고 싶다

29일 오전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조정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
'혀 밑에 도끼가 있어 사람이 자신을 해치는 데 사용한다'

이는 모두 말이 재앙을 불러올 수 있기에 말 조심을 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전통 속담들이다. 특히 단순한 말 한마디도 나중에 해가 되고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으로 일상적인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하라는 우리 선조의 뜻이 담겼다. 하물며 막말은 더더욱 하지 말아야 하는게 당연지사다.

그러나 일상적인 말은 커녕 막말을 일삼아도 전혀 개의치 않는 곳이 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그들의 막말에는 건전한 비판도 허를 찌르는 풍자도 없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막말 퍼레이드는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포문으로 시작됐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테스크포스(TF) 사무실을 방문한 것에 대해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느냐", "국가를 야당이 난신적자(나라를 어지럽히는 불충한 무리)의 길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물론 야당의 근거없는 '비밀조직' 운운이야말로 황당한 일이지만 제대로 지적해도 될 일이지 상대당 의원을 향해 '화적떼'라고까지 표현할 일은 아니다.

여기에 오해 살 여지가 있는 발언도 있었다. 지난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이정현 최고위원이다. 이 자리에서 이 최고위원은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될 때 남한 어린이들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겠다는 불순한 의도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그렇게 온몸을 던져서 정치생명을 걸고서 지키고 막아내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일부 검인정 교과서에서 드러난 북한에 대한 찬양 위주의 표현을 지적하고자 한 것이라고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정치권이 서로 예민한 상황에서 마치 야당을 '적화통일 세력'으로 보이는 듯한 언사는 삼가는 것이 맞다.

한술 더 뜨는 행태는 야당에서 드러났다.

이날 곧바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집필도 안됐는데 무슨 친일·독재 미화냐고 하는데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느냐"고 비난했다. 또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청와대 5자회동에서 '전체 교과서에서 그런(우리 역사를 부끄러워하는) 기운이 온다'는 발언을 했다며 "대통령은 무속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도 박 대통령의 27일 시정연설과 관련해 "듣다 보면 정신적인 분열 현상까지 경험하게 된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2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을 보면 과연 정상적인 판단력을 지닌 분들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냥 친박이 아니라 친박 실성파라고 부르고 싶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을 맹비난했다.

야당 의원들 주장대로라면 '무엇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하는 언사들을 함부로 내뱉고 있는 행태다. 아무리 그래도 국민들이 선택한 대통령을 향해 '무속인' '정신분열 현상 경험'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언사를 쏟아내는 그 정신이 의심스럽다.

이 말들은 모두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사용한 말들이지만 이 막말을 듣고 있는 국민들이 누구 말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이전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대한 증오만 심해질 것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증오로 바뀌는 순간 그 책임은 국회의원 스스로 짊어져야 한다.

더욱이 이런 막말을 듣다보면 오히려 국민들이 정신분열을 일으킬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국회의원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려고 막말을 하는지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려고 막말을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서로를 공격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정책을 펼치기 위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막말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설득은 커녕 비웃음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막말이 아닌 건전한 비판과 근거를 가진 정치권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여기에 시대를 아우르고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허를 찌르는 풍자가 있다면 더욱 좋겠다. 경제 현실도 살풍경인데 정치권까지 살풍경이라면 국민들은 어디에 마음을 둬야할지 씁쓸해진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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