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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 '농성' 돌입했지만 속내는 '대책없어...'


입력 2015.11.03 17:56 수정 2015.11.03 18:01        이슬기 기자

확정고시 후 내놓을 카드 부재, 장외농성에 여론 역풍 맞을까 노심초사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방침에 반발하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하며 밤을 지새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로덴더홀 농성장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방침에 반발하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하며 밤을 지새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오전 로덴더홀 농성장에서 의원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딜레마에 빠졌다. 3일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확정고시 강행에 맞서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과 함께 당 차원의 반대 농성에 돌입했지만, 시민단체와 손잡고 장외투쟁에 나서거나 기자회견을 여는 것 외엔 이렇다 할 향후 대응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당내에선 “농성으로는 얻을 게 없다”며 벌써부터 회의론이 제기된다.

새정치연합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농성을 재개하고, 이후 긴급 의원총회와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 초청 강연, 비공개 최고위원회 등을 진행했다. 또 정오부터는 각 상임위별로 2시간씩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킨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틀째인 이날 내부 동력은 상당 부분 상실된 모습이었다. 당장 당 일각에서부터 '농성 정치'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강연 후 질의응답 순서에서 “야당이 장외투쟁을 계속하게 되면 민생은 내팽개치고 밖으로만 나간다 편견을 받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이렇게 활동하는 게 안좋아질 수 있다”며 “‘쇠고기 파동’때도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막아냈듯, 이번 문제도 역사학자들이 주체가 되고 우리는 민생을 챙겨가면서 국회에서 법과제도 등으로 서포트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세균 의원은 “우리는 현행 교과서가 편향되거나 일방적 내용이 아니라고 믿고 국민께 말씀드리고 있는데, 여야가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할 때마다 국민들 입장에선 상당히 혼란스럽다”며 “당연히 야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하겠지만, 학계와 언론에서 현재 교과서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좀더 확실히 말씀해주시면 국민들이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역사학계의 주도적·능동적 역할을 주문했다.

특히 한 핵심 당직자는 의총장을 떠나면서 “이게 정부에서 확정고시를 해버리고 나면 농성이 다 무슨 소용인가. 오히려 민생 내팽개친다고 또 투쟁한다고 욕만 먹을텐데”라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또 ‘당내에서도 회의론이 많이 제기되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비공개회의에서도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는 논의가 될 것”이라며 “다만 오늘까진 당일이라 아직 대놓고 (반대를) 못한다. 근데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순 없다”고 덧붙였다.

지도부를 지낸 수도권 한 중진 의원도 “이 문제는 멀리보고 가야할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 뭔가 아주 잘못 판단한 것 같다. 다행히 지금 반대 여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건 단기적으로 투쟁을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여론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이종걸 원내대표 역시 이같은 당내 여론을 의식한 듯 의총 모두발언에서 “국회는 뛰어야 한다. 우리는 국회에서 민생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가피하게 국회를 중단시킬 수밖에 없는 것을 국민여러분이 이해해달라”며 “국회를 중단하는 것이 우선 눈앞의 국민들에게 큰 불편을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우리 뜻을 이해해달라. 국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확정고시 당일인 3일까지는 국회일정을 모두 보이콧하고 농성에 집중하되, 길어도 1~2일 내에는 ‘민생+농성’의 투트랙으로 기조를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외투쟁’ 이미지가 짙어질수록 총선을 앞두고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이 힘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표의 경우, “‘국정화 저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겠다”는 등 의지가 워낙 확고해 지도부 내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미지수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런 중차대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야당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순 없다"면서도 "5일 본회의 개최 및 4일 여야 원내대표 ·원내수석부대표 간 '2+2 회동' 여부는 이후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겠다"며 ‘투트랙 전환’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와 관련해 친노계 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장기농성으로는 안 갈 것으로 보인다”며 “일단 9시 뉴스에는 나가야하지 않겠나. 안그러면 국민들이 아예 모르니까, 우리 당이 이렇게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릴 필요가 있다. 그 후에 하루나 이틀 정도 뒤부터는 민생과 같이 투트랙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야당의 농성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저쪽(야당)이 저렇게 농성을 할수록 우리한테는 땡큐다. 우린 할 게 없다"며 "반대 여론이 높은 건 맞제만, 일단 야당 자체가 장외투쟁에 대해서 여론이 워낙 안좋고, 예산도 내팽개치고 농성에 올인하는 모습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잃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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