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방북, 남북관계 개선? 김정은에 악용?
답보 상태 남북관계 물꼬 트는데 기여, 결과물 없으면 김정은에 이용될수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소식이 알려지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반 총장의 방북으로 북한에게 북핵과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반 총장의 방북에 두가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남북관계 개선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 8월 25일 남북 합의 이후 이산가족 상봉은 이뤄졌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무협의는 한발짝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하면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남북관계에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반 총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모종의 역할을 하면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리면서 진정성 이런 의심을 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인 것이고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없다"며 "유엔이 어떻게든 북핵문제와 인권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반 총장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미 북한과 무엇을 주고 받을지 물밑 접촉을 통해 준비를 해놨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 교수는 "반 총장이 진짜로 북한을 방문한다면 기본적으로 받을 것은 미리 약속하고 갈 것"이라며 "평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다던지 그런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냥 이벤트성 행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북핵과 인권 문제 등과 관련해 북한의 확실한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번 방북이 북한의 체제 선동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 총장이 얻어오는 것 없이 오히려 북한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조영기 고려대 북학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만약 북핵과 인권 문제에 대해 정확한 해결책을 받아오지 못한다면 북한의 선전선동에 이용될 수 있다. 이용을 넘어서 악용될 수 있다"며 "그걸 정확하게 받아올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안 가는게 낫다"라고 설명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도 통화에서 "남북합의가 있는데 이것은 제껴놓고 반 총장의 방북을 허가한 것 자체가 의심이 들 수 있다"며 "반 총장의 방북을 남한을 비방하는 정치적인 선전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이런 것에 말려들지 않도록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반 총장이 이번 방북을 통해 단순히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것 이상의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국내 정치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기문 대망론'과 맞물리면서 국내 정치를 위한 일종의 정치적 '행사'를 벌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반 총장이 북한을 방문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어떤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반기문 대망론'은 국내 정치권에서 기정 사실화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반 총장에게도 이번 방북은 단순한 방북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 소장은 통화에서 "순수한 목적보다는 행여나 하나의 이벤트성으로 실제 북한의 질적 변화라든다 본래 방문하는 순수 목적과 관계없이 개인 이름을 띄우기 위한 그런 것이라면 그게 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진정성까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적 이벤트라는 인상을 줄 가능성이 높다"라며 "북한 인권 등 첨예한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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