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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시대, 이렇게 바뀐다 '핀택구씨의 하루'


입력 2015.11.24 10:30 수정 2015.11.24 14:33        금융팀(김영민 팀장·이충재·이미경·김해원·임소현 기자)

정맥인증으로 출금하고 모션인식으로 결제까지 핀테크 기술 개발 활발

비콘, 빅데이터, 자산배분솔루션, 비대면 환전 등 금융서비스의 진화

핀택구 부장이 하루동안 활용한 핀테크 사례 ⓒ데일리안

'금융(Finance)+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가 금융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핀테크사들과 함께 기술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이며, 빠르게 핀테크 기술 도입이 이뤄지면서 미래 금융서비스의 혁신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지에서는 은행·보험·카드·증권 등 금융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져올 핀테크 기술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가상의 하루'를 통해 알아봤다.

#2016년 11월 24일 오전 7시.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무역회사에 다니는 핀택구 부장(50)은 스마트폰 문자메시지 알림 소리에 잠에서 깼다. 미국서 유학 중인 아들에게 온 문자다. 월세를 내야 하니 급하게 돈을 보내달라는 메시지였다. 핀 부장은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송금 금액을 누른 후 스마트폰을 들고 허공에 서명을 했다. 그러자 송금이 완료됐다는 안내창이 떴다.

*모션인식: 대만 기업 에어식이 씨티은행에서 개최한 '모바일 챌린저(CMC) 홍콩 핀테크 대회'에서 발표한 기술로, 개인 특유의 궤적을 인식해 모바일뱅킹에서 공인인증서와 지문인식을 대신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 기술이 도입될 경우 보안 등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어식은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기술이식을 협력 중이다.

후지쯔가 개발한 손바닥 정맥인증 단말기 ⓒ후지쯔

#출근길에 오른 핀 부장은 부친상을 당한 직장 동료에게 부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버스 정류장 인근에 있는 은행을 찾았다. 오후에 출장을 가야 하기 때문에 직장 후배에게 부조금을 대신 전달해달라고 할 예정이다. 그는 은행 현금인출기 앞에서 예금인출 버튼을 누른 후 손바닥을 인식기 위에 대고 바로 현금 10만원을 인출했다.

*정맥인증: 적외선으로 혈관을 투시한 후 잔영을 이용해 신분 확인을 하는 기술로, 복제가 거의 불가능해 높은 보안성을 가진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정맥인증을 이용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KB금융그룹이 최근 개최한 '핀테크 데이'에서도 생체인식 기술업체가 정맥인증 등 생체인증 시연에 나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위치 정보를 활용한 우리카드의 비콘 서비스 ⓒ우리카드

#핀 부장은 점심시간이 되자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비콘 서비스’를 이용해 주변 맛집 정보와 할인쿠폰 정보를 받았다. 카드사에서 어제 저녁 마지막으로 카드 결제를 한 곳이 술집이었던 것을 파악해 해장이 되는 곳을 위주로 식당 정보를 제공했고, 핀 부장은 이중 가장 많이 할인을 해주는 칼국수집을 선택했다. 점심 후 늘 찾던 커피숍으로 간 핀 부장이 카드사 앱을 구동하자 일본 여행 할인 정보가 쏟아졌다. 최근 이자카야를 자주 방문해 카드결제했던 것이 '빅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유용한 정보가 제공된 것이다. 그는 오후 일본 출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맛집 정보와 할인 혜택 등을 챙겼다.

*비콘 서비스: 블루투스 기반의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로, 반경 50~70m 내에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메시지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KB국민카드는 모바일 앱카드 ‘K-모션’을 통해 인근의 할인쿠폰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 전자지갑 ‘m포켓’에서도 주변 맛집의 다양한 할인쿠폰 정보를 제공한다.

*빅데이터 서비스: KB국민카드를 포함한 대다수의 카드사에서는 빅데이터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일부 카드사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점심 이후에 커피숍에 결제하는 패턴이 빅데이터로 기록되면 점심 식사 결제 이후 커피 가격과 쿠폰 정보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각 카드사 빅데이터 활용 앱 화면 캡처. ⓒ데일리안DB

#핀 부장은 일본 출장을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던 그는 증시가 2300포인트를 넘었다는 소식을 접한 후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수익률이 궁금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접속했다. 곧바로 장중에 바뀐 증시 상황을 반영해 상한가를 친 종목을 매도하겠냐는 로봇의 메시지가 떴다. 핀 부장이 'OK' 버튼을 누르자 그 종목은 곧바로 매도처리되며 증권계좌 통장으로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이 입금됐다. 이어 최근 저평가돼 있고 성장성이 높은 종목 2~3개를 골라 "새로운 종목을 매수하시겠습니까"라는 로봇의 메시지에 다시 'OK' 버튼을 눌러 관련 종목을 매수했다.

*자산배분솔루션 시스템: 미래에셋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와 유사한 서비스를 올초부터 개시했다. 투자고객이 PC내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에서 자산관리 앱을 다운받으면 포트폴리오 분석과 전망, 매매, 사후 관리가 가능하다. 개인별 맞춤 솔루션은 현재 개발 중에 있으며, 내년쯤 선보일 예정이다.

#공항에 도착한 핀 부장은 ATM 기기를 먼저 찾았다. 미리 스마트폰 앱으로 신청해둔 환전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다. 환전소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지만 그는 기계에서 간단히 터치 몇번으로 엔화를 환전했다.

*비대면 환전 서비스: 신한은행은 ‘스피드업(Speedup) 환전 전용 ATM’ 서비스라는 비대면 환전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 앱을 다운받아 이름, 생년월일, 연락처만 입력하면 90% 환율우대도 받을 수 있다.

태블릿PC로 보험가입을 하고 있는 모습 ⓒ삼성생명

#핀 부장은 출국 직전에 카페에서 보험설계사 박미영 팀장을 만났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였다. 박 팀장이 들고 나온 서류는 없었다. 박 팀장 손에 들린 태블릿PC 하나로 보험에 관한 설명부터 가입까지 10분 내에 이뤄졌다. 시간과 장소 역시 핀 부장이 정한 것이었다. 그는 보험사 '우수고객'이었다. 그동안 핀 부장의 차량사고 이력 등 보험 청구 이력과 해외방문 등의 패턴을 분석한 결과였다.

*전자청약: 보험설계사가 태블릿PC를 이용해 상품 설계에서 보험 청약까지 한꺼번에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보험사에선 보험 계약 때 설계사들의 대면 거래 횟수를 줄이고 종이로 인쇄된 서류를 줄여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고, 고객으로서는 서명란이 수십 곳에 이르는데 따르는 번거로움을 피하고 가입 처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보험사에서 이미 시스템을 도입해 정착단계로 가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핀테크로 인해 금융서비스의 진화가 본격화 되고 이것이 금융산업 전반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은 생체인식을 비롯한 핀테크 관련 기술이 접목 단계에 와 있진 않지만 이미 세계 주요금융회사에서 생체인식 등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영화속에서 보던 모습이 실제 생활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다만 현재는 대면방식를 통해 모바일-인터넷 금융을 하고 있는 단계”라며 “금융당국에서 각종 핀테크 기술을 안정적인 인증 절차로 인정하고 실제 금융당국이 시행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각 금융회사에서 정맥·동공·안면인식 등 생체인식 기술을 통해 보안 강화를 추진 중인 것처럼 핀택구씨의 하루와 같은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1~2년 내에 현실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태홍 코스콤 기술연구소장은 "핀테크 기술이 보편화되면 이용자들이 은행과 증권, 보험사를 각각 따로 통하지 않아도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업권간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용자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기자 (mosteve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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