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뜨거운 감자? 새누리 공천룰 논의 또 뒷전
특별기구 위원장 인선 놓고 김 대표-친박 기싸움…정치 신인만 속앓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적용될 공천 룰 논의가 도무지 진전이 없다. 시시각각 터지는 이슈에 밀리던 공천 룰 논의 때문에 정치 신인들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공천 특별기구를 10월 5일에 구성키로 했었다. 그러나 위원장 인선 문제를 두고 계파 갈등이 발생했고 논의는 잠정 중단됐다. 친박계는 위원장에 당초 김태호 최고위원을 밀었으나 김무성 대표가 반대하자 이주영 중진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이 마저도 거절 당하며 더 이상의 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김 대표는 황진하 사무총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 후 김 대표의 말은 바뀌었다. 10월 초 "아직 논의된 바 없다"에서 10월 중순 "국정 교과서 정국 이후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미뤘다. 또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룰 수 없다. 이번 주 안에 마무리짓도록 노력하겠다"고 까지 밝혔다.(19일 언론 인터뷰) 그러나 1일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논의는 없다. 결과적으로 원 원내대표는 거짓말을 한 셈이다.
공천 룰은 그동안 다양한 이슈에 밀렸다. 10월에는 '국정교과서 정국'에 관심을 양보해야했고 이후 치러진 '10.28 재보궐선거' 때문에도 뒷전이 됐다. 11월 초에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부친상을 치르며 '조문 정국'에 우선권을 내줬고 11월 말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 찬밥 신세가 됐다. 이후에도 '한중 FTA 비준안 처리', '예산안 처리' 등 다양한 문제가 이어지며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일부 각 계파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공천 관련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잠시나마 부각되는 듯 했으나 잠시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제일 피해를 보는 쪽은 친박계도 비박계도 아닌 정치 신인들이다. 이들은 "경기를 펼쳐야 하는데 룰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공천 룰 논의가 늦어질수록 정치 신인이 본인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며 자연스럽게 '현역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도권 지역에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데일리안'에 "그건 어떤 계파가 옳고 그름을 떠나 그들에게는 미룰수록 유리해지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횡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양 계파 모두 표면적으로는 '정치 신인 배려'를 외치고 있지만 결국 본인의 자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같은 상황에도 공천 룰은 쉽게 정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계파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 대표와 '친박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 구성을 놓고 맞짱을 떴다. 황진하 사무총장이 발표한 '정치 신인 배려 방안'이 발단이었다.
당시 황 총장은 김 대표의 지시로 당협위원장 조기 사퇴와 당원명부 공유, 조기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방안을 최고위에 보고 했다. 그러나 서 최고위원은 "선거구 획정도 안 됐고, 당내 공천 룰도 확정 안 된 상황에서 공관위 구성 이야기가 왜 오늘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어 "이 당이 개인 당이냐. 순서가 틀렸다"고 말하며 회의장 분위기가 험악해졌고 김 대표는 "다음에 논의하자"며 회의를 바로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이 있은 이후 보름이라는 기간이 흘렀지만 논의되는 것은 전혀 없다.
친박·비박 모두 그리 나서지 않는 분위기, 결국 '현역 프리미엄' 노리고?
현재 정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서 최고위원 측은 선거구 획정이 우선되지 않는다면 공천 룰 논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움직임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당내 공천 룰 제정도 계속해서 늦어질 전망이다.
비박계에서도 이런 상황을 굳이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관료를 지냈거나 청와대에서 근무를 했던 일부 인사들이 자신들을 '진박(진짜 박근혜계)'이라고 지칭하며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전략공천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최대한 공천 논의를 끌어 현행 당헌당규대로 가기를 원한다는 속내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원투표와 국민투표(또는 여론조사) 비율을 '5대 5'로 해 경선을 치러 후보를 뽑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우선추천제'를 운영하도록 돼 있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이는 정치적 소수자 추천이나 공천 신청자가 없는 경우, 또는 신청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실시가 가능하다.
비박계는 우선추천제를 호남권 등 새누리당의 열세지역에서나 적용하려 하지만 친박계는 TK지역이나 PK(부산·경남)지역, 그리고 서울 강남권 등 새누리당 텃밭에서 사실상 전략공천과 같은 용도로 운용하려는 복안을 세우고 있다.
공천 룰 논의가 늦어진다면 우선추천제에 대한 논의도 미뤄질 것이고 현 당헌당규대로라면 비박계가 원하는 대로 전략공천을 원천 봉쇄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TK 지역 초선 의원들의 경우 전략공천의 희생양이 되는 대신 경선 승부를 하게 되는데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새누리당 측은 공천 룰 관련 논의는 12월 중순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당내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소한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 이후가 될 것"이라며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은 맞지만 이미 늦었다. 선거구 획정과 같이 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야당의 공천 룰도 결정되지 않았고 결국 같은 시기에 논의가 될 것 같다"며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 등의 이유로 논의를 질질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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