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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안철수'의 탈당, 정권 커녕 총선도 '물건너'


입력 2015.12.13 13:37 수정 2015.12.13 13:46        이슬기 기자

문병호 등 연쇄탈당 예고, 당 안팎에선 "망했는데 무슨 정권교체"

혁신과 통합을 놓고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권 교체는커녕 총선도 물 건너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창업주’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공식 선언한 13일, 호남 중진의원실 핵심 관계자는 ‘정권 교체’를 내세운 탈당의 변을 겨냥해 이같이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의 득(得)과 실(失)을 묻는 질문엔 “득이라 할 게 거의 없다. 두 사람 다 엄청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문재인의 독선과 안철수의 무책임이 만든 최악의 결과”라고도 했다.

물론 문병호 의원 등 비주류 일각에선 의원 30여명의 연쇄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가능할 거란 기대도 제기된다. 당내 세력이 없는 안 의원이 이번 기회에 가시적인 세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대권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탈당이 아니란 시각이 우세하다. 당장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정치연합과 안 의원이 중심이 된 신당으로 야당세가 갈려 ‘최악의 야권 분열’이 현실화 될 거란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던 ‘빅텐트론’(범야권 통합)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면서, 문 대표와 안 의원 모두 거대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을 향해 “야권이 힘을 합쳐야한다”며 여러 번 러브콜을 보낸 바 있고, 당초 천 의원 측 역시 호남에선 독자 후보로 정면승부를 하되, 수도권에선 부분적인 야권 연대로 가닥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탈당 사태로 안 의원과 천 의원이 손을 잡을 경우, 새정치연합과 천정배신당은 연대할 명분을 잃는다. 실제 무소속 박주선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역시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각각 창당 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안 의원이 적절한 시점에 이들과 통합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반대로 안 의원이 ‘호남당’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겠다며 신당 합류를 거절, 제3지대에서 자체 동력으로 외연을 넓혀가는 시나리오를 택한다 해도 야권 분열은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책임론에 대해선 누구 하나 나을 것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문 대표가 수개월 간 ‘안철수표 혁신안’에 침묵해왔기 때문에 안 의원이 쫓겨나가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문 대표의 독선이 주요 타깃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창당 주역이 당을 뛰쳐나가 야권 분열을 초래하면서 ‘정권 교체’를 내세우는 역설 역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당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 폭락을 예측하며 “총선 패배땐 두 사람 모두 책임론이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의원의 대선 캠프 상황실 부실장이었던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문재인은 실제 안철수의 내부 세가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탈당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불출마 정도로 안이하게 본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안철수는 탈당을 감행해도 될만큼 세가 된다고 봤기 때문에 최후의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안 의원과 천 의원이 연대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총선 가도와 관련한 문 대표와 안 의원 모두의 책임론에 공감했다.

앞서 안 의원의 탈당 결심 사실이 전해진 이날 새벽, 문 대표는 박광온 비서실장 등과 함께 안 의원의 서울 노원구 상계 1동 자택을 직접 찾아갔지만, 40분을 기다린 끝에 짧은 악수만 한 채 헤어졌다. 안 의원이 만남을 거부하며 문을 열어주지 않다가 40분만에 나와 "밤이 깊었으니 맑은 정신으로 이야기하자"는 말만 남기고 돌아선 것이다.

이에 앞서 전날 저녁 11시 45분경 안 의원의 자택에는 원혜영·박병석·노웅래 의원이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 채택된 호소문을 들고 찾아와 탈당을 만류하며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박 의원은 "두 분이 당연히 힘을 합쳐야한다"고 설득했고, 원 의원도 "지금 전대를 하면 분열이 생길 위험이 있다”며 전대론을 굽혀줄 것을 주문했지만, 안 원은 "대표에게 의지가 없다면 외부충격으로라도 바꿔야 한다"며 전대를 거듭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의원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어떻게 새누리당이라고 그러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등 문 대표를 강하게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낡은 진보 청산’과 혁신 전대 개최를 재차 요구하는 안 의원에 대해 문 대표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형용 모순'이자 '새누리당 프레임'”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강한 반감의 표시다.

한편 안 의원은 13일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그대로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은 너무도 강하고 내 능력과 힘은 부족했다”며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탈당의 변을 밝혔다.

그는 또 “지금 야당은 국민에게 어떤 답도 드리지 못하며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더 큰 혁신은 배척당하고, 얼마 되지 않는 기득권 지키기에 빠져 있다. 혁신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며 “나는 이제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침반도 지도도 없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다. 그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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