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일나무' 어디갔나 했더니 '뒷마당 신세?'
참관객들이 많은 국회 헌정기념관 뒤편에 새 둥지
"청계천 '스프링'작품처럼 국회의 '랜드마크' 될 것"
국회의사당 앞 잔디광장에 홀로 서 있던 '과일나무'가 자취를 감췄다. 지난 4월 국회 문화축제마당 행사 때 설치된 조형물이 돌연 국회 헌정기념관 뒤쪽으로 이동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채와 과일이 어지럽게 뒤섞인 '과일나무' 모형은 국회 안팎에서 '뜬금없다' '기괴하다'는 비판을 한 몸에 받아왔다. 특히 지난달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영결식 참석 차 국회를 찾은 사람들 사이에서 '생뚱맞다'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혹평까지 나왔다.
"결실의 상징인 과실을 통해 '풍요와 화합, 행복과 꿈'의 메시지를 담았다"는 설치미술 작가 최정화(55) 씨의 작품 표지판이 민망할 정도로 국민의 해석은 엇갈렸다. 여기에 모형 제작부터 설치까지 8000여만 원이 들었다고 하자 비용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비판을 못 견디고 '과일나무'를 옮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사무처 관계자는 "계획대로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과일나무는 당초 주말 전통공연용 무대와 한 세트였고, 행사가 10월 말에 끝나 본래 계획된 용도로서의 임무는 마쳤다는 것이다.
"참관객 많은 '헌정기념관'으로..이동 비용만 1800여만 원"
그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옮긴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본관의 직각 이미지와는 안 맞는 것 아니냐는 반응은 있었다"며 "그렇지만 주말에 찾아오는 국민들 중에서는 특이하고 예쁘다는 평가도 있었다"고 과일나무에 대한 여러 평가를 언급했다.
또한 조형물이 다른 장소도 아닌 국회 헌정기념관 뒷마당으로 이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견으로는) 헌정기념관에 '방문자 센터'가 있어 본관 다음으로 일반 참관객들이 많이 방문한다는 것을 고려한 것 같다"며 "학생들도 이곳에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조형물과) 사진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터가 있어서 일단 조형물을 옮기기 수월했을 것"이라고 배경을 추측했다.
그러나 높이 7m, 지름 2.5m, 무게 2.5t의 거대한 '과일나무'는 그 크기 때문에 이동 및 유지·보수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조형물을 뿌리째 뽑아 국회 헌정기념관까지 550m를 이동해 다시 설치하는데 든 비용은 1800여만 원으로 알려졌다.
사무처 관계자는 "(듣기로는) 예술작품이라 손상 없이 온전하게 꺼내 다시 심어야 한다"며 "보통은 여러 조각으로 해체하는 과정을 거쳐 이동하는데 거리가 멀지 않아 통으로 꺼내 다시 심은 것으로 알고 있다. 원래는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가 조형물의 유지·보수에 대해 묻자 "날씨의 변화에 따라 작품에 균열이 생겨 보수가 필요하다"며 "기온이 다시 낮아지면 틈이 생길 수 있다. 카 페인트로 우레탄 부분을 메우고 다시 도색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유지·보수 책임은 공공미술가 최 씨에게서 국회 관련 부처로 넘어온 상태다.
"과일나무, 청계천의 '스프링'처럼 랜드마크로 거듭날 것"
다만, 사무처 관계자는 "관련 비용보다 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봐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일나무'의 미래를 지난 2006년 청계천 입구에 설치된 다슬기 모형의 '스프링' 작품에 빗댔다. 두 작품 모두 처음에는 국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결국 '랜드마크'로 우뚝 섰다는 것이다.
그는 "청계천 다슬기 조형물도 설치 당시 시민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랜드마크'가 됐다"며 "처음에는 반발이 있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작품에 대한 해석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 작가님은 우리에게 생소할지 몰라도 세계적으로 설치미술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분이다. 국회가 예술 진흥 측면에서 국내 작가를 발굴한 것"이라며 "콘텐츠도 우리 농산물이다. 한국 예술 작품이 부각돼서 명성을 얻게 되면 백남준 작품처럼 서로 가져가려고 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고 말하고 '과일나무'의 의미를 폭넓게 봐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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