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정일 엄마 '찬양일색'인데 김정은 엄마 '무시' 왜?
전문가 "고용희, 무용가라는 출신 성분 걸림돌"
"주민들 사이 재일교포는 '째포'로 불리며 비하"
북한 당국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할머니인 김정숙의 생일(12월 24일)을 맞이해 매체를 통해 찬양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김정은의 어머니인 고용희(고영희) 우상화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그동안 북한 매체가 고용희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거나 우상화한 사례는 없다.
다만 북한 당국은 지난 2012년 김정은 등장에 발맞춰 '위대한 선군 조선의 어머님'이라는 이름으로 고용희를 우상화하는 영상을 제작, 간부들을 대상으로 상영하고 주민들에게도 배포한 바 있다.
해당 영상에서는 고용희의 이름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지만 그를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님'으로 지칭하고 있다. 간부들을 대상으로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 시도가 이뤄진 바 있지만 대외적으로 고용희가 직접 거론된 적이 없어 이 같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고용희의 출신성분을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다. 재일교포 출신에 무용가였다는 출신성분이 우상화 작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는 재일교포 출신들을 향해 자본주의에 물들었다고 비판하면서 '째포'라고 비하해 부르기도 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4일 '데일리안'에 "고용희는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신분적 한계가 있고 김정일의 부인들의 경우 본처로 삼을 만한 사람이 없어 우상화하기도 애매하다"라면서 "특히 고용희는 무용수 출신이기 때문에 아무리 김정은의 생모라고해도 북 엘리트들은 그의 과거를 다 안다. 우상화가 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2012년 고용희 우상화 영상이 만들어진 이유는 김정은 등장이후 충성심 과시를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2년 당시 85분 분량의 영상은 1994년 김일성 사망 100일 추모대회 이후 촬영된 고용희의 활동 영상과 사진을 담고 있다. 또한 1998년 3월 고용희가 김정숙의 유적지인 함경북도 회령시를 방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대목에서 강반석(김일성의 처), 김정숙의 정통성이 고용희에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는 등 우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됐을 당시 북한 당국이 김정은 체제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고용희에 대한 우상화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고용희의 출신성분이 공공연히 알려져 있던 상황에서 해당 영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급작스럽게 회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본보에 "2012년 영상으로 고용희 우상화를 시도하려고 했는데 반응이 대단히 좋지 않아 해당 영상을 모두 회수했다"면서 "'째포'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식이 대단히 안 좋다. 해당 영상은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고용희에 대해서는 '홀대'를 하고 있는 반면 김정숙에 대해서는 24일 김정숙 생일 98주년을 맞이해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우리민족끼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찬양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뜻 깊은 12월 24일을 맞으며'라는 코너를 신설해 '주체적군건설위업을 진두에서 이끄시여', '선군조선의 앞길에 별처럼 빛나는 항일의 여성 영웅',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동지에 대하여 하신 교시' 등 김정숙 우상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도 23일 '오산덕에 넘치는 햇빛같은 미소', '어머님의 권총', '다심한 손길은 군복, 군기에도', '평천벌이 전하는 잊지 못할 이야기' 등의 기사를 통해 김정숙을 명사수로 묘사하는 등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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