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수도권 차출론'에 대구 시민들 "어이가..."
"뽑아주는 주체 국민인데 당이 게임하듯 후보 배치하는 것 불쾌"
"지지율 높든 낮든 유권자들에게 후보 놓고 비교할 시간이 필요"
다가오는 20대 총선의 관전포인트 중 하나인 '대구의 강남' 수성갑이 술렁이고 있다. 여당의 텃밭인 대구라는 벽을 넘고자,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의 지지율 상승세에 따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수도권 차출론'이 또다시 불거졌기 때문이다.
경북고와 서울대 동문이자 절친한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이 같은 지역구, 같은 시간대에 예비후보로 함께 등록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수성갑에서 초박빙의 '맞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점차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김 전 지사(31.8%)는 김 전 의원(48.8%)에게 10%포인트 이상 뒤처졌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당 내에서는 김 전 지사를 수도권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교체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칭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인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5일 김 전 지사에 대해 "수도권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수도권 험지 출마'를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정부나 당 차원에서 비밀스럽게 논의되는 이른바 '진박 재배치 움직임'에 대구 수성갑 시민들은 "떨어져도 대구에서 떨어져야지 수도권 출마는 어이가 없다"며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으나 일각에서는 "수성구가 대구 텃밭이니 이해는 한다"는 등의 반응도 나타났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50대 남성은 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가) 떨어져도 수성갑에서 정치를 해야 된다"며 "떨어질까 걱정되서 수도권에서 출마하면 김 전 지사 정치생명이 끝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도지사도 두 번이나 했고 국회의원에도 당선됐던 사람한테 이 지역에서 안 될 것 같으니 지역을 옮겨서 출마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야권 지도부들은 정신 차리고 총선 정책을 제대로 짜야된다"라고 비판했다.
20대 학원강사인 한 여성은 "너무 자의적인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물론 정치가 땅따먹기라는 것도 알고, 대구 수성갑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것도 맞다"면서도 "뭔가 뚜렷하게 해준 것도 없으면서 더 인지도 있는 인물만 보낸다고 당연히 뽑아줄 거라고만 생각하고 자기들끼리 누구를 내려보낼지 논의하는게 우습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원들끼리 서로 험지에 출마하라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면 우리 지역민들은 홀대 당하는 것 같고, 관심을 덜 받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며 "결국 뽑아주는 주체는 국민이다. 국민에게서 모든 것이 비롯되어야 하는데 자기들이 마치 게이머인냥 예비후보들을 어디에 갖다 배치할 지 게임하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하다"고 일갈했다.
40대의 가정주부는 "수성갑 지역민들을 바보로 만드는 처사가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지율이 높게 나오든, 낮게 나오든 유권자들에게는 두 후보를 놓고 비교할 시간이 필요하다. 나같은 경우에도 얼마 전까지도 동네 사람들이랑 '어느 후보가 더 낫냐'며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수성갑이 아닌 다른 지역구로 내보낸다는 것에 황당하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취업준비생인 30대 남성은 "수성갑 지역 자체가 새누리당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위에서 움직이라고해서 움직였는데 무조건 당선되는 게 더 우스운 일 아닌가"라며 "지역민들이 당보다는 후보를 보고 뽑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같은 20~30대들은 김 전 지사하면 떠오르는 게 '119 전화' 논란 패러디일 정도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일도 많아서 사실 김 전 지사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많다"며 "뚜겅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김문수보다는 김부겸에 대한 지지가 좀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남양주 소방서 119상황실 근무자 2명이 김 전 지사의 전화에 응대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전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김 전 지사를 비판하는 패러디 물이 이어진 바 있다.
그러면서 "사실은 후보가 누가 나오는 가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더 많다"며 "지금 범어네거리에 플랜카드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으니까 '누가 나오는가' 싶지 투표용지 받으면 무턱대고 1번 찍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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