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신학기 앞둔 단원고와 교육청 "학교는 교육시설인데..."


입력 2016.01.12 17:50 수정 2016.01.12 18:09        하윤아 기자

'기억교실' 존치 여부 두고 또 난관 봉착…단원고·교육청 '답답' 토로

세월호 침몰 참사 1주기인 2015년 4월 16일 오전 경기도 안산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단원고 학생들의 조문 행렬이 줄지어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4·16가족협의회’ 등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사망·실종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250명을 위해 12일 마련됐던 명예졸업식을 거부한 가운데, 사고 전까지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사용하던 일명 ‘4·16기억교실’의 존치 여부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명예졸업식까지 10개의 기억교실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유족들이 명예졸업식을 거부하고 기억교실 영구 보존을 요구하고 있어 관련 논의가 또 다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기억교실이 현재 상태로 보존될 경우 교실 부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300명 신입생들의 수업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측은 학교 교육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청 측 관계자는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신입생이 들어오면 교실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협의가 된다면 학교 앞에 별도의 시설을 짓고 교실을 옮겨서 보존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드렸는데, 그 제안을 유가족 분들이 수긍을 안 하고 계신다”면서 “유가족 분들의 의사에 반해서 물리력이나 강제력으로 그 교실을 들어낼 수는 없어 (유가족들을) 설득하고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희의 제안은 기억교실을 없애자는 게 아니라 추모시설로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시설을 건립하자는 것”이라면서 “희생자 학부모님들 입장에서 진상규명이나 선체인양, 배보상 문제가 처리된 것이 없어 교실에 애착이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저희는 그럼에도 학교는 교육시설로서 정상화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말 교육청은 학교 인근에 별도의 추모공간인 ‘4·16민주시민교육원’(가칭)을 짓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교실 증축을 통해 재학생들의 수업 공간을 확보하고, 기억교실은 그대로 보존해 참교육의 장으로 남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어쨌든 저희 교육청은 16학년도부터는 단원고가 정상화되는 것을 목표로 해서 유가족 분들과 계속 대화를 진행할 것”이라며 “저희 제안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에서 협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유족 측과 추가적인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원서 접수를 끝내고 내달 3일 입학 배정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 단원고 역시 답답함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단원고 측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억교실과 관련해)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무것도 없다”며 “그 누구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단 저희들은 신입생이 들어온다고 하면 학생들만큼은 정상적으로 교육활동을 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오전 단원고에서는 세월호 침몰사고 생존학생 등 86명에 대한 졸업식이 치러졌다. 졸업식에는 졸업생 가족과 일부 재학생만이 참석한 상황에서 외부인사와 언론사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학교 측은 졸업식과 함께 희생학생을 위한 명예졸업식을 진행하고, 이들에 대한 명예 졸업장을 수여할 계획이었으나 유가족 측이 거부해 일정이 취소됐다.

앞서 지난 5일 유가족들은 ‘단원고 교실을 앞두고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단원고가 참사를 교훈 삼아 새로운 교육을 실현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416교실과 관련한 어떠한 타협도 할 수 없다”며 졸업식은 물론 명예졸업식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유가족들은 이날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추모식을 열고 분향한 뒤 단원고까지 행진을 벌였다. 이후 이들은 1층에 마련된 국화꽃을 들고 기억교실을 찾아 책상 위에 헌화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하윤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