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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모란봉' 김정일은 '왕재산' 김일성의 걸그룹은?


입력 2016.02.07 10:34 수정 2016.02.07 11:46        박진여 기자

<모란봉악단 전격해부①>만수대예술단 김정은 생모 활약

모란봉악단은 최초로 대중에 공개 "김정은 선심 쓴 것"

전에 없던 파격노출로 세간의 이목을 끌며 등장한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최근 첫 해외공연이 될 뻔한 중국 베이징 공연을 돌연 취소하며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창단 3년 만에 해체설에 휘말리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북한 주요 행사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며 명실상부 가장 '핫'한 북한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한 모란봉악단을 '데일리안'이 들여다봤다. < 편집자 주 >

미니원피스를 입고 공연하고 있는 모란봉악단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2년 6월 형형색색의 튜브탑 미니원피스에 ‘킬힐’을 신고 첫 무대에 오른 모란봉악단에 전 세계가 집중했다. 이들은 일제히 같은 색, 같은 모양의 한복이나 노출이 거의 없는 옷을 입고 무대에 오르던 은하수악단 등 기존 북한예술단과는 퍽 다른 모습으로 자유주의체제 국가에서 더 친숙히 느낄만한 무대를 연출하며 유명세를 탔다.

특히 파격적인 의상뿐 아니라 빠른 템포의 음악과 현란한 율동, 화려한 무대 연출까지 선보이며 국제사회로부터 북한 내 개혁개방 움직임을 의심하게 하기도 했다.

이들은 데뷔 이래 20여 차례 활발히 공연을 이어가다 지난 2014년 9월 공연을 끝으로 돌연 모습을 감춘 뒤 7개월만인 2015년 4월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위문공연을 통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모란봉악단은 보다 점잖게 등장했다. 과거 화려함의 상징이던 이들은 7개월만의 컴백무대에서 군복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투피스 정장차림의 의상을 입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때 의상뿐 아니라 선곡에도 변화가 일었다. 과거 ‘로키’, ‘마이웨이’ 등 서구음악도 다양하게 선보이던 모란봉악단은 잠복기 이후 군복을 입고 북 체제를 찬양하는 곡들로만 무대를 꾸몄다. 이에 북 최고 지도부가 청년들 사이 자본주의 풍조가 퍼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설과 국제사회의 지나친 관심에 불편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해석들이 분분했다.

이 같은 변화 이후에도 모란봉악단은 북한 주요 행사에 속속 등장하며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모란봉악단은 지난 7일 북한-쿠바 수교 55주년 행사를 맞아 방북한 쿠바 대표단을 환영하는 공연을 선보였다. ⓒ연합뉴스

이처럼 색다른 행보를 이어온 모란봉악단은 2012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 하에 창단됐다. 현재 ‘준마처녀’라는 히트곡으로 인기를 얻은 현송월이 단장을 맡고 있고 노래·춤을 맡은 가수 10명, 악기 연주자 14명, 관리자 3~4명이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대에는 주로 핵심단원으로 알려진 7명의 가수와 10명의 연주자가 오른다.

이들의 탄생에는 김정일의 영향도 있었다는 북한 문화예술계 종사자의 증언이 있다. ‘기쁨조’를 두는 등 문화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았던 김정일이 2000년대 초반 중앙당에서 특별히 예술인재를 키우겠다고 지침을 내렸는데 당시 이 같은 교육을 받은 일부가 모란봉악단의 주력이 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모란봉악단 멤버는 어릴 때 당으로부터 선발된 인원이 대다수다.

이렇게 탄생한 모란봉악단은 당의 대표 기쁨조로 당과 인민에게 음악으로 봉사하는 임무를 맡은 동시에 해외인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선전용’이 되기도 한다. 북한에서 문화예술계에 종사했던 한 탈북자는 모란봉악단에 대해 한 마디로 “당을 위한 기쁨조”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당을 대표하는 ‘얼굴’로 당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모란봉악단은 그 관심만큼 간섭 또한 엄격하게 받는다. 북한 문화예술계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이들의 모든 공연에는 김정은도 참석하기 때문에 내부 규율이 심하고 심지어 결혼도 마음대로 못 한다는 증언이다.

이 탈북자는 “내가 소속돼 있던 예술단도 ‘당의 배려로 이렇게 잘 성장했으면 그만큼 당을 위해 일하고 시집가라’는 암묵적인 규율이 있었다”며 “모란봉악단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시집도 마음대로 못 간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북, 과거에도 '모란봉악단' 같은 '걸그룹' 있었을까

김정은 시대를 대표하는 모란봉악단처럼 김일성, 김정일 시대를 대표하는 악단도 있었다. 김일성 때는 만수대예술단, 김정일 때는 왕재산경음악단과 보천보전자악단 등으로 꼽힌다.

과거 북한 최고의 예술단이라고 정평이 난 만수대예술단은 1946년 창단된 평양가무단을 중심으로 조직됐다. 북한 내외의 핵심적인 의전 및 축하행사를 전담하다시피 했던 만수대예술단은 1973년 김일성 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때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가 소속 무용수로 활동했다.

이후 김정은 시대 들어 왕재산경음악단과 보천보전자악단이 북한을 대표하는 대중가요 그룹으로 부상했다. 현재 북한 가요로 익히 알려진 ‘휘파람’, ‘반갑습니다’ 등이 보천보전자악단에서 탄생했다.

이 두 악단은 북한의 최초 경음악단으로 과거 군가를 연상케 하는 선전선동 곡의 형식에서 벗어나 경쾌한 리듬의 생활가요를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과거 대표적인 악단들은 일반대중에게는 베일에 싸인 존재였다. 방송을 통해 음성만 공개될 뿐 화면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문화예술계에 종사했던 탈북자는 “김정은이 모란봉악단을 대중들에게 노출시킨 건 크게 선심 쓴 것”이라며 “모란봉악단은 각 행사마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화면으로 노출되지만 과거 보천보전자악단 등은 방송에서 음성만 나왔지 화면으로는 안 나왔다”고 전했다.

또한 모란봉악단은 설맞이, 7.27 전승절 행사 등 각종 기념일마다 수많은 행사에 동원돼 공연을 펼치지만, 과거 악단들은 당의 중대한 일정 외에 일반공연에는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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