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김한길 '전격 합당' 안철수는 몰랐다?
당대 당 통합 공지를 김한길 의원실이 먼저 공지
정작 당 차원 공지는 기자회견 20분 전에야…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창당작업이 한창인 '국민의당'과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가 25일 통합에 전격 합의했다.
양측의 핵심인사들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가오는 총선에서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압승을 저지하기 위해 양측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며 통합을 공식 선언했다.
양측의 합의는 국민의당 창당준비 공동위원장인 한상진 교수·윤여준 전 장관과 국민회의 창당준비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의 명의로 이루어졌고, 기자회견은 천정배·김한길·안철수 의원과 한상진·윤여준 공동위원장이 배석한 채 안철수·천정배·김한길 의원이 차례대로 발표문을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날 통합이 발표되기까지 국민의당은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며 여전히 내부에서 '계파 간 자리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애당초 국민의당의 25일 일정에는 국민회의와의 통합 발표나 기자회견은 전혀 없었다. 국민의당은 오전 9시에 확대기획조정회의와 10시 정책 의원총회가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당사에서 예정됐을 뿐이었다. 그러나 확대기조회의에 김한길 의원이 불참하고 9시44분께 김한길 의원실이 10시3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국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공지하면서 상황이 긴박해졌다.
최근 김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향해 '그렇게 당을 운영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고, 김한길계인 김관영 의원의 '안철수계 단속' 문자가 언론에 보도 되는 등 국민의당 내부의 계파별 '자리싸움'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한길 의원실은 기자회견의 내용에 대해 기자들에게 '절대 함구'하며 '계파 싸움에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증폭시켰고, 20여분 뒤인 10시7분 국민의당은 문자를 통해 '창준위원장, 김한길 의원, 안철수 의원 기자회견'이 10시30분 기자회견을 가진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기자회견에서도 묘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회견은 우후죽순으로 나타난 야권 신당들의 첫 통합 자리였다. 게다가 신당들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평가되던 두 신당의 통합이었다. 하지만 자리에 함께한 천정배·안철수 의원은 굳은 표정이었다. 발표문을 나눠서 읽는 안 의원의 목소리에서도 기대감보다는 차라리 결기가 느껴졌다. 다만, 천 의원과 마지막까지 세부사항을 점검한 김한길 의원 만이 가끔 옅은 미소를 띄웠다.
발표문 낭독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갑작스럽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었다.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양 측은 '아직 결정한 바가 없다', '추후 논의해야할 부분이다' 등의 답변 만을 되풀이했다. 특히 천 의원의 대답에 김 의원은 두 번이나 '답을 덧붙이면'이라며 발언을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질의응답내내 천 의원의 답변은 총 세 번이었다. 준비된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서야 자리에 모였던 인원들은 포토타임을 위해 웃어보였다.
회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천 의원은 충분히 방향이나 세부 논의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박한 기자회견을 한 이유를 묻자 "큰 방향에 대해 확실하게 의견이 모아졌다"고 에둘러 답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김 의원이 통합에 대한 대전제는 지도부 사이에 알려졌겠지만 이날 10시30분 기자회견과 관련해서는 '안 의원도 모르게' 발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이 국민의당내 자리싸움을 위해 안 의원에게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전격 발표'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한편 최원식 국민의당 대변인은 "서프라이즈였다"며 이 같은 시선 진화에 나섰다. 최 대변인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안 의원과 공동 위원장들은 통합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며 '그러면 왜 정책의원총회를 10시로 예정했느냐'는 질문에는 "의총은 지난 주부터 예정된 것인데 갑자기 취소하면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실에서 문자가 따로 먼저 나오고 20여분이 지나서야 국민의당 측에서 관련 문자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당 명의로 공지했다면 쉽게 추측할 수 있지만, 김한길 의원실 명의로 공지하면 쉽게 추측 할 수 없기 때문에 공보전략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의 전략을 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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