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핑계 ‘형 집행정지’ 외국에 비해 10배 이상
대검찰청 외주 보고서, 프랑스 2배 인원 석방
우리나라의 ‘형 집행정지’ 판정 비율이 프랑스나 일본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형 집행정지는 재판에서 징역이나 금고형을 받은 이에게 고령이나 질병을 이유로 형의 집행을 연기해주는 제도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이 대검찰청의 의뢰를 받고 작성한 보고서 ‘외국의 형 집행정지 제도 운영 실태 및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수형자 중 집행정지로 석방되는 인원은 프랑스,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우리나라에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사람은 연평균 478명이다. 0.8%가 형 집행정지를 받은 것이다. 형의 집행정지 사유 중 가장 많은 이유는 질병으로 연평균 300명에서 400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형 집행정지를 받는 이들은 형의 집행으로 인하여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을 때, 70세 이상의 고령, 임신 6개월 이상, 출산 60일 이하의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직계존속이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거나 직계 비속이 유년일 때도 심의를 거쳐 형 집행정지를 받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2000년대 후반 0.1% 수준의 형 집행정지가 이루어졌으나 점차 줄어들어 2013년 0.07%로 연간 형 집행정지를 사유로 석방되는 자가 30명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의 경우와 비교할 때 아주 엄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부 진료 규정이 아주 명확하고 상세해 교도소 내에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병이 아니면 의료 형무소에서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법 제도가 유사한 프랑스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한 해 평균 수형자 3만여 명 중 300~400명이 질병으로 인해 형 집행정지를 받는 데 비해 프랑스는 한 해 평균 수형자 7만여 명 중 의료적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는 인원은 200여 명 수준으로 우리나라 평균에 1/2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러 변수가 고려되어야 할 문제지만, 결론적으로 프랑스도 우리보다는 엄격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형 집행정지가 0.01%밖에 되지 않아 상당히 엄격함을 알 수 있고, 영국과 웨일스의 경우 조기 석방으로 달성되는 특별한 목적이 있는지까지 판단해 석방을 결정한다.
이 보고서는 끝에서 우리나라는 외국과 비교하면 형 집행정지 승인이 높다며 법제 개편은 물론 각종 서식을 활용해 공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 수준에서, 국고의 부담을 줄이면서 형 집행정지로 인한 수형자의 외유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우리나라의 불투명한 형 집행정지 의혹을 받고 있는 사례로는 한보사건의 정모 회장이 15년 징역 확정판결을 받고도 구속집행정지와 형집행정지를 반복하다가 석방된 사건과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생 전경환씨가 징역 5년 동안 여덟 번의 형 집행정지로 교도소 밖에서 생활해 온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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