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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소리 내고 제 사람 심는 김종인에 친노들 '부글부글'


입력 2016.02.19 09:13 수정 2016.02.19 09:18        이슬기 기자

혁신안 수정 검토하고 자기세력 구축 본격화

주류계 인사 "김종인 칼자루 쥐고 있어 아무도 말 못해"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김종인 대표의 보폭도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금과옥조로 지켰던 당 혁신위의 혁신안의 수정을 검토하는가 하면, '문재인표' 영입 인사대신 본인 직할의 인사를 영입해 공천 요직을 맡기는 등 당내 세력도 구축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과 위원이 비례대표후보자추천위원회까지 겸임토록 했다. 공관위는 지역구 공천을 관할하는 기구로서 김 대표가 임명한 홍창선 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변인 차원에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실무진의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문 전 대표가 당헌·당규상 △공관위 △비례추천위 △전략공천위원회로 나눠 공천권 남용을 막은 것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권을 모두 쥐게 된 셈이다.

또 공천 관련 최종 핵심자료를 만들기로 했던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의 역할을 '김종인 사람'으로 꼽히는 여론조사 전문가 김헌태 공천위원에 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더민주는 공천 전 최종 자료를 만들어 당 대표에 올리기로 하고,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이 본부장에게 해당 업무를 맡겼으나, 김 위원장이 총선기획단(위원장 정장선) 산하에 정세분석본부를 신설한 뒤 김 본부장이 해당 역할를 총괄하도록 변경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이철희 소장이 불쾌할 것이 전혀 없는 게, 두 사람은 원래부터 겹치는 포지션이 아니었다"라며 "이미 이철희 소장은 요직을 맡고 있고 그것과는 별개로 김헌태 위원이 여론조사 전문가였기 때문에 김 대표가 정세분석 업무를 부탁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역 의원 평가를 실시해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키로 한 혁신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원회가 실시한 현역 평가가 내주경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에선 다시 컷오프 대상에 들어갈 가상 명단이 떠돌기도 했다. 그러나 그간 컷오프에 대해 여러 차례 수정 가능성을 내비쳐 온 김 대표는 최근 비공개 석상에서 "경선 일정이 촉박한데 현재의 혁신안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문 대표는 혁신안을 실천하기 위해 안철수·김한길 의원 등 비주류계의 대규모 탈당사태까지 감수한 바 있다. 이에 김 대표 영입 초기엔 '문재인-김종인판 짜고치는 고스톱'이란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비주류계의 연쇄 탈당이 끝난 만큼 나머지 주류계 인사들에 대한 컷오프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거란 예측이다. 또 김 대표는 산토끼(중도 유권자) 잡기를, 문 대표는 집토끼(전통적 지지층) 지키기를 맡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은 일찍이 깨졌다. 김 대표가 당초 문 전 대표의 시나리오였던 '공동 비대위원장' 카드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다. 주류계로 분류되는 공천 관련 관계자는 "김종인 당시 위원장 첫 간담회 후에 문재인 대표가 자연스럽게 호남 공동 위원장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서 '공동 위원장은 모르는 일'이라고 선수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종인 위원장이 전권을 요구했다. 문 대표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고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을 비롯해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이미 김 대표가 대놓고 공천 전횡을 한다는 불만이 쌓인 상태다. 문제는 '칼자루'를 쥔 김 위원장에게 누구 하나 나서서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대변인조차 공관위원들의 전화번호를 모른다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 총괄 하에 모든 게 깜깜이 선거"라면서도 "칼 든 사람한테 뭐라고 했다가 목숨 날아갈까봐 다들 몸 사리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전직 지도부 인사들 역시 김 대표의 광폭 행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게 당내 다수의 전언이다. 문 대표 체제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의원 측 관계자는 김 대표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대뜸 “김종인 설치는 것 도저히 못 봐주겠다. 옛날같았으면 벌써 사퇴하라고 난리났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문 전 대표때와는 달리 당이 총선을 앞두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상황이어서 제동을 걸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체성도 다른 사람이 대표랍시고 칼을 휘두르고 있다"면서도 "원체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우리 의원도 일단은 지켜보고만 있는게, 지금 손가락질 해봤자 전권 가진 사람한테 무슨일 당할지 모르잖나"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에 따르면, 김 대표가 결국 '판'을 만들기 위해 이같은 행보를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친문계 인사들을 얼마나 내칠지가 관건이다. 김 대표의 독주보다 공천이 끝난 뒤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지난 16일 본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에 온 문 전 대표가 김 대표와 혁신안 수정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동의했다는 한 언론 보도와 관련,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김 대표가 본인이 전권을 쥐고 큰 판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 양반이 직책에 무슨 미련이 있겠나"라며 "문 대표가 설사 본인 생각과 다르다고 해도 전권을 맡겼는데 이제와서 무슨 말을 하겠나.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할 수가 없다. 저쪽(김 대표)이 이미 칼자루를 쥐었는데"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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