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수도권 출마자들 "이 당이 호남당이냐"

'안철수덤' 기대에 못미치고, 선대위원장 '제 코가 석 자'

국민의당에 합류한 정동영 전 의장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국민의당의 '호남 일편단심'에 당내 수도권 출마자들의 불만이 임계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덤(dom)'을 노리고 국민의당으로 합류한 수도권 출마자들은 당과 안 대표의 '호남편애'에 "이 당이 호남당이냐"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창당준비기간은 물론 창당 후에도 호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당내 현역 의원의 다수가 호남에 지역구를 둔 탓이기도 하지만 수도권 3파전보다는 당 창당의 원동력이었던 호남의 지지세를 우선 공고히 해야한다는 판단으로 일명 '집토끼 단속'이다.

이 같은 전략은 안철수·천정배 두 공동대표의 행보에서도 나타난다. 안 대표는 탈당 후 지금까지 광주만 세 차례 방문하는 등 광주를 향해 각별한 구애의 손길을 뻗고 있다. 지역구가 광주 서구을인 천 의원은 아예 광주의 예비 출마자 선거사무소 개소식까지 돌아다니며 호남 챙기기에 열중이다.

반면 호남에 이어 두 번째 격전지가 될 수도권의 경우 천 대표는 선거사무소 방문 등의 지원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안 대표도 자신의 보좌관이자 친구인 이수봉 예비후보 등 측근이거나 더민주를 탈당해온 거물 예비 후보 몇 명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방문했을 뿐 특별한 지원사격은 없는 분위기다.

'안철수덤' 기대에 못미치고, 선대위원장 '제 코가 석 자'

상황이 이러니 '안철수'와 '새정치' 덤(dom)을 기대했던 국민의당 예비 후보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수도권에서 출마를 선언한 한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수도권에서 당의 활동과 지원이 미비한 것에 대해 "섭섭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호남은 와달라고 안해도 알아서 들린다던데 저는 와달라고 부탁을 해도 일정상 오지못한다며 거절하더라"라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이 당이 호남당이냐"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형평성의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물론 선거는 제가 치르는 것이고 제 힘으로 주민께 선택받아야하는 문제지만, 당내 경선도 치루지 않은 상태에서 몇몇 친분 있는 예비후보들에게만 찾아가는 것은 같은 동네 다른 예비후보는 다 죽으라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도권에서 오랫동안 출마를 준비했던 또 다른 예비후보도 "저처럼 지역에서 오래 출마를 준비했다가 당의 기호를 달고 나오는 후보들은 당의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국민의당에서는 지금 전혀 이 부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조금 더 지켜보다가 그냥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수도권 예비후보 혁신 토론회에서도 이런 불만은 조금씩 드러났다. 국민의당 소속 수도권 예비후보들은 토론회 직후 채택한 제안문에서 "수도권 지역은 정치혁명의 성패가 갈린 중요한 지역"이라며 "호남의 바람이 수도권으로 힘차게 북상할 길을 터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만큼 현재 수도권이 힘들다는 방증이다.

그들은 "낡고 무능한 기득권 정치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들을 '골리앗 표적(Target)'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설 국민의당 후보를 '특별공천'해서 조기에 가시화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달라"고도 했다. 특히 "경륜 있는 우리 당 현역 의원들이 호남 지역에 안주하지 말고 수도권 바람을 일으킬 장수가 되어달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수도권 싸움에 힘을 실어달라는 외침이기도 하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민의당 관계자는 "사실 당 대표가 각각을 방문해 지원해주는 것보다는 '국민의당'이라는 콘텐츠 자체를 띄우는 이른바 '공중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여유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도 "각기 선대위원장들이 다들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라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