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살생부' 두고 숨 가빴던 새누리의 하루
정두언, 29일 의총 이후 긴급 최고위서 상세히 설명
김무성 "국민과 당원에 심려 끼쳐 죄송" 사과로 일단락
29일 새누리당 지도부는 아주 숨 가쁜 하루가 보냈다. 지난 주말 언론을 통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가 현역 의원 40여명의 물갈이를 요구했다는 이른바 '공천 살생부 40인 명단'을 정두언 의원에게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나는 누구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공천 관련된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며 "다만 최근에 정가에 떠도는 유언비어를 종합해보면 이러이러한 말들이 들린다고 이야기 했다. 더 이상 이런 문제에 대해서 살펴주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를 향해 포탄을 날렸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정말 참담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고 유감을 표했고 김태호 최고위원은 "당이 서서히 자중지란의 모습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정 의원은 오전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이후 원래 예정됐던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 의원은 의총에 참석하면서 "이런 일이 3월 중순경 벌어졌다면 우리 당은 완전히 망했을 것이다. 빨리 수습해서 심기일전해서 정상적으로 나아갈 때"라고 밝혔다.
그는 "진실공방이 벌어질 때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여러분이 그런 면을 잘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김 대표는 의총장에 들어오는 정 의원에게 웃으며 "정확하게 이야기하라"고 던졌다.
원내지도부의 테러방지법 관련 모두발언을 끝으로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30여 분간 더 진행된 의총에서는 정 의원이 살생부 논란과 관련한 본인의 생각과 입장을 밝혔으며 긴급 최고위를 다시 열어 지도부에서 진실 논란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정 의원은 의총장에서 나와 회의장으로 이동하며 "의총에서 다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오후 4시 15분, 정 의원과 최고위원들이 참석한 채 최고위가 진행됐다. 김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는 정 의원에게 조금 더 편하게 이야기 할 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한 불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고위에서는 김을동 최고위원의 고성이 들리기도 하며 격론이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4시 53분, 정 의원은 최고위에서 나와 곧장 자신의 국방위원장실로 이동해 브리핑을 진행했다. 그는 "나는 이 얘기를 최고위에서 하는게 막장드라마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봤다"면서도 "기자들이 계속 취재하다보니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더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 26일 아침에 김 대표가 얘기 좀 하자고 해서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한참을 얘기했다. 거기서 '공천 배제할 사람들이 40명 있다. 그런데 자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 끝끝내 그렇게 하면 어떡하든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고 버티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내가 '대표님 그러면 막판에 가서 그런 일이 벌어져 도장을 안찍으면 여론이 결코 대표님한테 호의적이지 않을텐데 버티실 수 있냐'고 했더니 (김 대표는) '그럼 버텨야지 어떡하냐'고 그러더라"며 "당시 (김 대표가) 굉장히 비분강개했다. 그래서 내가 '대표님,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세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까 김 대표가 의원들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이 이상 뭐 어떻게 하겠나. 할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을동 최고위원이 최고위 도중 큰 소리를 낸 것에 대해선 "원래(김을동 최고위원 목소리) 톤이 좀 크지 않나"고 가볍게 넘겼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이에 대해 "나라의 큰 사건사고도 아니고 찌라시(정보지) 수준의 것으로 어쩌니저쩌니 하는 것 자체가 참 부끄럽다고 생각해 못 마땅해 큰 소리 쳤다"고 밝혔다.
한편 최고위는 △김 대표가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고 △공관위의 공정성 저해를 방지함과 동시에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서는 클린공천위가 즉각 조사해 엄중히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김 대표도 이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김 대표도 최고위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로서 국민과 당원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사과드린다"고 굽혔다.
김 대표는 "(정 의원의 증언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 아까 의총에서 충분히 저도 이야기 했고 정 의원도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건을 따로 받은 건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최고위에 참석했던 원유철 원내대표도 "일단 김 대표가 사과하고 수용한 것으로 했으니까 이 문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겠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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