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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잡으려다 길 잃은 스릴러 '널 기다리며'


입력 2016.03.03 09:09 수정 2016.03.03 09:22        부수정 기자

심은경 첫 도전…윤제문 김성오 출연

시나리오 작가 모홍진 감독 첫 연출작

배우 심은경이 '널 기다리며'를 통해 스릴러에 첫 도전했다ⓒNEW

형사 아빠와 단둘이 살던 희주(심은경)는 연쇄살인범에 의해 아빠를 잃는다. 유력한 용의자는 기범(김성오). 기범은 증거 불충분으로 감형을 받고 희주는 법정에 선 연쇄살인범을 눈에 담는다.

15년이 흐른 후 희주는 아빠가 몸담았던 경찰서에 매일 출근하며 살아간다. 겉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듯하지만 희주의 가슴속은 아빠를 죽인 범인에 대한 복수로 가득 차 있다.

희주는 범인과 관련된 기사들을 모아 치밀하게 복수 계획을 세워오다 기범이 나온 날부터 그를 뒤쫓기 시작한다.

희주의 아빠와 절친한 사이인 베테랑 형사 대영(윤제문)은 희주를 친딸처럼 생각한다. 기범이 세상에 나오자 그를 다시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하기 시작한다.

대영의 의심을 받는 기범은 "난 형사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기범은 자신이 저지른 또 다른 살인을 제보한 제보자의 정체를 찾아 나선다.

세 사람 주변에선 15년 전과 비슷한 패턴의 연쇄살인사건들이 발생하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데...

배우 심은경, 윤제문, 김성오가 추적 스릴러 '널 기다리며'에 출연했다.ⓒNEW

'널 기다리며'는 누군가를 기다려온 희주, 대영, 기범의 이야기를 담았다. 희주는 아빠를 죽인 범인을, 대영은 친구를 죽인 범인을, 기범은 자신을 제보한 제보자를 15년 동안 기다린다.

'우리 동네' 각본을 쓴 모홍진 감독의 첫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모 감독은 '널 기다리며'의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다. 한국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자이거나 성인 여성이라는 전례를 깨고 '소녀'를 주인공을 설정한 부분이 흥미롭다.

애초 시나리오상 캐릭터의 성별은 남자였다. 모 감독은 "심은경에 대한 믿음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했다"며 "심은경을 통해 감성 스릴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모 감독은 또 "'순수하고 연약한 소녀가 극한 상황에 내몰린다면 이 소녀는 어떻게 될까, 괴물이 될 것인가, 소녀로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한 영화"라며 "감성이 있고 캐릭터들의 정서가 녹아든 스릴러를 만들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희주의 입을 빌려 시 구절 같은 철학적 대사들을 던진다. "신이 죽었기 때문에 괴물이 필요한 거야", "악이 승리하기 위한 조건은 단 한 가지인 것 같아요.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등이 그렇다.

각종 철학 어록이 적힌 수만 개의 포스트잇과 바닥 전체를 뒤덮은 수천 개의 신문 스크랩 등은 아빠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희주의 트라우마와 독특한 성격, 이중성을 드러낸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심은경 주연의 '널 기다리며'는 한국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이 대부분 남자이거나 성인 여성이라는 전례를 깨고 '소녀'를 주인공을 설정했다.ⓒNEW

그러나 이 부분이 희주의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했는지 의문이다. 희주가 복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희주의 이중성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희주의 행동들에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희주 역의 심은경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서 캐릭터를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영화 초반부에 반전이 드러난 장면에선 맥이 풀린다. 개연성도 부족하다. 범인이 연쇄살인범이 된 이유, 과거 살인 사건과 현재 살인 사건의 관계 등이 생략됐고 희주와 경찰이 희주의 아빠를 죽인 진짜 범인을 왜 몰랐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모 감독은 "개연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희주라는 캐릭터를 잃을 듯해서 이야기에 집중했다"면서 "개연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아쉽고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 완벽하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배우들은 제 몫을 했다.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충무로에 스릴러에 도전한 심은경의 시도는 칭찬할 만하다. 역할을 위해 16kg이나 감량한 김성오는 섬뜩한 연쇄살인범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배우들의 열연에도 영화의 만듦새는 매끄럽지 않다.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과 영화가 내세운 감성 모두를 놓쳐 버려 아쉽다.

3월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08분.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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