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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정도 하면 화풀린다" 필리버스터의 예견된 최후


입력 2016.03.02 18:01 수정 2016.03.02 19:10        조정한 기자

"화제 선점해 이익 많아...선거구 획정 막아 독박 쓰면 안돼"

여론 뭇매에 성급히 꺼낸 '야권 통합' 동의는 "글쎄"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9일째 이어지고 있는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39번째 마지막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7시간이 넘게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며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울먹이며 “죽을죄를 지었다”고 사죄한 뒤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어차피 안될 것 후보나 홍보하고 발 빼자는 거였나"
"잠 잘 시간 아껴가며 필리버스터 챙겨 봤는데 허무하다"

더불어민주당이 필리버스터 중단 선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지자들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3월 10일)까지 토론이 이어져 더민주가 끝내 테러방지법 국회 통과 저지를 이뤄내는 시나리오를 기대했지만, 돌연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더민주는 일단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사죄하는 한편 '경제민주화' '야권 통합'을 언급하며 초점 이동을 시도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더민주 의원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이틀 뒤 사석에서 "큰 틀에서 보면 (필리버스터로) 우리가 화제를 선점했기 때문에 이익이 많다. 하지만 오래 두면 안 된다. 26일에는 정리해야 한다"고 말해 '민심 달래기' 성격이 컸음을 짐작게 했다. 26일은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에 도착했을 경우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기로 예정됐던 날이다.

이어 "새누리당과 싸우지 못해 답답해했던 우리 지지층은 사흘 정도 밤새 (필리버스터를) 하면 (화가) 풀린다. 아마 새누리당 지지층들은 야당이 하루 종일 방송을 장악해서 약이 올라있을 것이다"라며 "그런데 이것 때문에 선거구 획정도 못하게 되면 이번에는 (더민주가) 독박 쓰는 것이다"라고 우려해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지난 1일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을 통해 '필리버스터 중단'이 현실화됐다. 김 대표는 당초 필리버스터를 주장했던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에게 "기분상으로는 3월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끌고 갈 수 있지만, 열광하는 유권자만 갖고 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선거에서 지면 책임질 것이냐"라고 압박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토론 중 "더민주가 몸과 마음을 바쳐 결기를 보이고 '야당으로서 바른 일을 하는구나'라고 느꼈던 국민도 '그러면 그렇지'라는 실망의 목소리가 앞을 가린다"라고 말해 필리버스터를 두고 당내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당밖에서도 더민주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작년 10월까지 새정치민주연합(더민주의 전신) 혁신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조국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SNS를 통해 "아무리 생각해도 더민주 비대위의 필리버스터 중단 요청은 급전직하(急轉直下) 경착륙(hard landing) 출구전략이었다"라며 "지지자와 소통하며 사전 양해를 구하는 방식의 다른 출구전략이 있는데 순서가 뒤바뀌었다. '출구'는 했는데 다친 '승객'이 많다"고 비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해 "4.13 총선에서 야당이 국회를 지배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 준다면 더민주가 테러방지법이 가지고 있는 국민 인권 유린 가능성을 제거하는 테러방지법에 대한 수정을 해낼 것이다"라며 "각기 나름대로 이기심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고 야권 승리와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야권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해 테러방지법에 대한 비난을 '총선 승리' '야권 통합'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언급하며 황급히 빠져나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야권 연대(통합) 불가론' 입장은 변함없다는 태도를 유지했으며,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김종인 통합 방향이 국민의당으로 향하고 있는 것 같다. 관련 입장은 오는 3일 심상정 대표의 모두 발언에서 언급할 예정이다"라고 말해, 김 대표의 성급한 야권 통합론에 제동을 걸었다.

조정한 기자 (impactist9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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