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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한 김종인의 '성동격서' 집토끼 어르고 산토끼 잡고


입력 2016.03.02 19:10 수정 2016.03.03 10:01        이슬기 기자

"나간 사람들이 무슨 연대?"라더니 단숨에 숨통 '꽉'

지지율 지렛대로 사실상 백기투항 요구, 선거판 요동

느닷없는 '야권 통합' 제안이라는 묘수를 꺼내든 김종인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국민의당 '숨통'을 거머쥐었다. 취임 후 줄곧 광주에서 정면 승부를 예고했지만, 총선을 42일 앞두고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폭락하는 시점에 맞춰 '야권 통합' 카드를 내밀며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김 대표는 2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선거가 불과 42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라는 국민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4.13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한다"며 "이를 위해 야권 통합에 동참해 달라는 제안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부 문제를 걸고 탈당한 의원들은 이제 탈당의 명분이 사라진 상태"라며 "명분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다시 단합할 수 있는 계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당 차원의 통합은 물론, 탈당했던 의원들 개인과의 통합 논의도 열어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대표가 공식 석상에서 선거 연대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김 대표는 야권 연대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을 떠난 사람들이 이제와서 연대를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에선 국민의당과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강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 지역인 광주 서울에 외부 영입인사인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전략공천하는가 하면, 광주를 방문한 당일 북구갑에 대한 전략공천 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서 광주발 탈당 바람 중에도 당을 지켰던 강기정 의원을 배제키도 했다. 

국민의당도 갑작스런 통합 카드에 다소 당황한 분위기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천 대표와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통합 제의를 하는 진의를 알아보겠다"며 안 대표와는 온도차를 보였다.

정가에선 노련한 김 대표가 국민의당을 상대로 '신의 한 수'를 뒀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진보당과 선거 연대를 맺은 것을 계기로 야권 연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만큼, 김 대표는 취임 초기 이같은 논란의 싹을 자르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야권 적자' 논쟁에 힘을 실으며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정면대결을 예고키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이 추락세로 돌아서자, 김 대표가 벼랑 끝에 선 국민의당을 향해 '통합'의 밧줄을 내밀었다는 해석이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지난 1월 13일 14.6%로 시작한 국민의당 지지율은 일주일 단위로 13.7%, 11.8%, 11.3%를 기록했다. 특히 국민의당이 거점으로 삼앗던 호남에선 하락세가 더욱 또렷이 나타났는데, 지난달 말 정동영 전 장관의 합류로 30.2%까지 '반짝' 상승했던 호남 지지율은 3월 첫째주 조사에서 22.1%로 급락했다. 국민의당으로선 이번 총선이 향후 당 운명을 가름하는 결정적 시험대인 만큼, 승리를 위해선 야권 연대 카드를 마냥 거부할 순 없는 처지다.

이를 두고 한 정치권 인사는 "전혀 생각지 못한 곳을 치고 들어오는 성동격서다. 뺨 때리고 어르는 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 대표가 지난달 '광주선언'에서 국민의당과의 전면전을 선포한지 일주일 만에 통합을 제안한 데 대해 "완전히 숨을 막히게 해놓은 뒤 '이제 내 말 들으라'는 식의 전략이다. 굉장한 수를 던진 것"이라며 "김 대표가 이런 전략을 철저히 내보이지 않고 있다가 국민의당 호남 지지율이 떨어지고 숨이 거의 끊어지는 시점에 딱 손을 내민 거다. 국민의당이 이걸 안 잡을 수가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아울러 당내 강경파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이슈를 선점했다는 평도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당 일각에선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당을 운영한다는 불만이 들끓었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진 못했다. 내홍으로 지도부가 해체되면서 김 대표 외엔 이렇다 할 대안이 없는 데다, 사실상 김 대표가 '총선 전권'을 가진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강경파가 목소리를 낼 만한 선거 연대 이슈를 먼저 제시, 내부 숨통을 터줬단 해석이다.

이에 대해 더민주 소속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 수가 아니다. 고령이지만 젊은 사람보다 더 영리하고 무서운 인물"이라며 "자기 손으로 대통령까지 만들었던 김 대표가 이제와서 비례대표 한 석이 탐나겠느냐. 결국 자기 손으로 선거 '판'을 만들어보고 싶은 것 같다. 김 대표가 야권을 쥐락펴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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