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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없다더니...자꾸 늘어나는 '이한구의 시간'


입력 2016.03.04 08:28 수정 2016.03.04 08:30        장수연 기자

총론만 내놓고 각론 제시하지 못하는 이한구, 전략공천 명분 만들기?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공천관리위원회 전체회의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시간'이 자꾸만 늘어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2일 "열흘 안에 아무 일정이 없다"며 본격 공천 일정을 12일 이후로 예고했다. 김무성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있는 '상향식 공천'을 위해서는 휴대전화 안심번호 수집 등 절차를 밟는 데 시일이 걸려 경선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반면 친박계는 경선을 치를 겨를이 없어야 전략공천의 명분이 생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어 경선을 무산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수도권 후보자들에 대한 1차 면접을 마무리한 지난달 22일 이 위원장은 "23일부터 본격적으로 부적격자 심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거센 논란의 의제인 우선추천지역에 대해서는 선거구 획정 전 발표는 어렵다면서도 "다른 지역보다 경쟁이 심한 수도권에서 우선추천을 먼저 결정해줘야한다. 확실한 곳은 빨리 선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당원 30%, 일반국민 70%냐 여론조사 100%냐는 급한 게 아니다. 경선이 결정되면 얘기해도 된다"고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3일 시작한 당내 경선 대상자와 우선추천·단수추천지역 선정 등을 위한 자격심사의 구체적 기준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위원장이 "심사를 하면서 공통분모를 찾겠다"고 말한 것이 벌써 12일째지만 총론만 내놓은 채 각론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역 의원들은 물론 정치 신인들도 자격심사의 기준이 무엇인지, 어떤 경선 룰을 따르게 된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누구보다 조속한 경선 일정을 기다리고 있는 김무성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시간에 황진하 사무총장이 공관위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하자 "지역에 신망 높은 후보자를 하루라도 빨리 공천해야 하는데 시간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면접하는 것은 넌센스이자 옳지 못한 방법인데 면접으로 (부적격자를) 가려낼 수 있겠느냐"고 일침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이 위원장은 26일 "우리도 시간에 쫓긴다"고는 말했으나 '결론 난 게 하나도 없다' '(우선추천이나 부적격자 기준 발표는) 과학이 아니고 예술이다' '부적격자는 자동적으로 나타날 테니까 발표할 필요가 없다' '(경선 지역 발표는) 몇차례 리뷰를 되풀이해서 안전하게 해야 한다' '(안심번호제는) 역사상 처음하는 제도기 때문에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발표일을 지연시켜왔다.

그는 28일 다시 한 번 자격심사 일정이 시작됐음을 밝혔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29일에는 "(부적격자 여부는 윤곽이) 전혀 안 나와 있다"고 말했다. 공관위는 현재 공천신청자 면접 결과, 공관위에 들어온 제보, 사전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경선 참여 부적격자 선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총선 후보자 등록일이 선거일 20일 전인 3월 24일과 25일인 점을 감안했을 때 시간은 넉넉치 않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선거법이 통과돼 경선 국면에 돌입했음에도 선거법과는 관련이 없는 사안까지도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 위원장이 일부러 경선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1일에는 오후 2시에 잡혀 있던 공관위 전체회의를 급작스럽게 취소하고 2일에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는 이날도 '경선지역 발표는 언제쯤 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또다시 "해봐야 안다"고만 대답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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