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당직자몫 비례 '깜깜이 투표'로 결정?
상향식 공천 실현한다는 취지로 4일 투표 실시
"공약도 안듣고 출마의 변도 없이 인기투표하냐"
새누리당이 비례대표 당선권에 사무처 당직자 한 명을 포함시키기로 한 가운데 4일 당직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기조에 따른 것이지만 대표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사무처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중앙당사 2층 강당에서 당직자 278명 전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해 8년 이상 재직자 중 남녀 1명씩을 추천하기로 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올 경우 그대로 투표를 종료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1위부터 4위까지 후보자를 대상으로 다시 자격 심사와 정견 발표 등을 거친 뒤 결선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투표는 자격 요건이 되는 인물이라면 누구에게나 할 수 있게 했다. 노조는 여기서 결정되는 인물을 공천관리위원회로 올리게 되고 공관위에서 적합도를 따져 최종 결정을 할 예정이다.
당직자몫 비례대표 후보자를 이런 식으로 정하려는 시도는 과거와 비교하면 굉장히 이례적이다. 과거에는 사실상 당 지도부가 후보를 임명하는 식으로 진행되면서 각종 잡음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 잡음을 없애기 위해 일찌감치 상향식 공천을 천명했고 "당직자 몫 비례대표는 사무처 노조의 추천을 받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윤왕희 새누리당 사무처 노조위원장은 지난 1월말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 사무처의 노조는 공신력 있는 단체니까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여기서 추천해주면 (공관위에서) 반영한다는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사무처 당직자들은 과거처럼 위에서 임명하는 식이 아닌 구성원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방식을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차원으로 보고 환영의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위원장은 "상향식 공천의 취지에 맞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민주적으로 결정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노조를 향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 노조 집행부는 추천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는 후보를 뽑는 절차에 따라 집행할 뿐 어떤 결정권이 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라면서도 "(공관위에 올라가면) 최대한 반영한다고 했으니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르면 노조 투표에서 선정되는 인물은 공관위를 거쳐 안정권 번호를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 지금 존재하는 공관위에서 비례대표를 선정할 지 비례대표 선정을 위한 공관위가 따로 구성될 지는 아직 결정나지 않은 상태다.
당 지도부의 중단 요청에도 투표 강행, 우려의 시선도
그러나 이에 대해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당직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물에 대한 검증절차 없이 인기투표식으로 비례 후보를 정하는 것처럼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부 보도에서는 유력대상자라는 명목으로 몇몇 당직자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등 벌써부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 당직자는 "후보자를 몇 명 추려내 출마의 변이나 공약을 듣고 투표를 하는 게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하는 건 사실상 깜깜이 선거"라고 주장했다. 당 기여도가 높고 실력있는 사람을 뽑자고는 하지만 표를 동원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이 뒤에서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무처 노조가 당직자들에게 발송한 문자에 따르면 선거관련 사무처 업무 부담과 기타 장단점 등을 고려, 당 지도부(김무성 대표, 황진하 사무총장)에서 투표 절차 중단 의견을 전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노조는 집행부 회의를 통해 투표를 강행하기로 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문자에서 노조는 "현재 부재자투표 진행 등 투표 절차가 일정 정도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는 기존 취지대로 추천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판단하여 일정대로 진행할 것을 의결함"이라고 전했다.
윤 위원장은 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지도부에선 최근 공천심사 등으로 당 업무가 많은 상황에서 당내 투표가 진행되면 본연의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는데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게 잘 진행하겠다"며 "아래로부터 올라가는 상향식 공천의 중요한 판단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사무처 노조는 투표율이 절반이 안 될 경우 투표함을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구성원의 과반수가 참여하지 않으면 다수의 의견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노조는 후보 선정을 공관위에 맡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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