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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 에어의 승부수 '하극상', '조삼모사'


입력 2016.03.13 09:00 수정 2016.03.13 10:03        박영국 기자

소형 롱바디로 준중형 대응...코란도C 공백 메워

'잠정가격 높이고 실제가격 낮춰' 고단수 가격 전략

티볼리 에어(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투싼, 스포티지.ⓒ쌍용차/현대차/기아차

쌍용차가 소형 SUV 티볼리의 롱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를 준중형 차급으로 포지셔닝함에 따라 기존 준중형 SUV인 코란도C와의 시너지, 혹은 간섭 효과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다.

13일 쌍용차에 따르면 티볼리 에어는 지난 2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뒤 출시 전날인 7일까지 1000대 이상이 계약됐다. 주말과 창립기념일(4일)을 제외하면 실영업일수가 단 3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실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완전 신차가 아닌 개조차의 한계로 폭발적인 반응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히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고 쌍용차 측은 전했다.

◇투싼·스포티지와 경쟁…노후한 코란도C 공백 메워
쌍용차는 지난 8일 티볼리 에어 신차발표회에서 월간 티볼리 에어를 1500대, 기존 티볼리는 4000대씩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티볼리의 지난해 월평균 판매실적이 3750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티볼리는 티볼리대로 판매량을 유지하고 티볼리 에어를 추가로 더 팔겠다는 의미다.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의 경쟁차로 ‘1.7ℓ급 준중형 SUV’를 지목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모델들은 현대차 투싼과 기아차 스포티지다. 이들 모델은 각각 2.0ℓ와 1.7ℓ 두 가지 엔진 라인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1.7ℓ 모델들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티볼리 에어는 기존 티볼리보다 전장을 290mm 늘렸지만 전폭과 전고는 물론 엔진도 1.6ℓ 디젤로 소형 SUV인 티볼리와 동일하다. 엄밀히 말하면 소형 SUV라는 차급에서 벗어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차가 티볼리 에어를 준중형으로 포지셔닝한 배경으로는 기존 준중형 차종인 코란도C의 모델 노후화와 매년 한 대씩의 신차를 내놓기도 버거운 회사의 형편이 지목되고 있다.

코란도C.ⓒ쌍용차

코란도C는 2011년 2월 엑티언의 후속 차종으로 탄생한 이후 2013년 8월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긴 했지만 출시 5년이 넘어 하향세를 걷고 있는 모델이다.

출시 이후 줄곧 연간 2만대 이상 판매되며 쌍용차의 볼륨 모델 역할을 했으나, 지난해는 1만5677대가 판매되는데 그치며 전년 대비 28.2% 감소했다. 올해 2월까지 판매실적은 매달 1000대에도 못 미쳐 지난해보다 더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경쟁 모델인 투싼과 스포티지가 지난해 3월과 9월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된 상황에서 코란도C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쌍용차가 현대·기아차의 스피디한 풀체인지 스케줄을 따르는 것도 어렵다. 투싼과 스포티지는 구형 출시 이후 정확히 5년 반 만에 풀체인지를 거쳤으나, 코란도C는 올해는 물론 내년도 기약하기 힘들다.

쌍용차는 2009년 법정관리와 대량해고 사태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신차 출시 소식이 가뭄에 콩 나듯 했으며, 지난해에 들어서야 티볼리를 시작으로 ‘매년 신차 1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비록 개조차지만 ‘티볼리 에어’가 그 주인공이고, 내년은 렉스턴 후속 모델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그 다음 순번이 코란도C 후속모델이라고 해도 2018년 초나 돼야 출시가 가능하다. 기존 코란도C로 무려 7년을 버텨야 하는 것이다.

투싼과 스포티지가 풀체인지와 함께 기존 2.0ℓ 엔진에 1.7ℓ 저배기량 엔진을 추가한 반면, 코란도C는 유로6 규제 대응 과정에서 배기량이 2.0ℓ에서 2.2ℓ로 오히려 늘어난 데다, 별도의 저배기량 엔진 라인업이 없다는 점도 ‘티볼리 에어’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쌍용차로서는 티볼리 에어를 통해 노후한 코란도C의 공백을 메움과 동시에 준중형 SUV 저배기량 모델에 대응하는 전략이 절실한 것이다.

일각에서 ‘길이만 늘린다고 차급이 오르냐’는 비아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미 전례가 있고 상당부분 성공도 거뒀다.

바로 현대차 싼타페의 롱바디 버전인 맥스크루즈다. 이 차는 중형 SUV 싼타페를 기반으로 길이를 늘린 모델이지만, 시장에서는 한 차급 위인 대형 SUV로 통하며, 결국 베라크루즈를 밀어내고 현대차의 유일한 대형 SUV 자리를 차지했다.

최종식 쌍용차 대표이사가 8일 신차발표회에서 티볼리 에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쌍용차

◇고단수 가격전략으로 ‘착한가격’ 이미지 이어가
앞으로 티볼리 에어가 여전히 신차 냄새가 가시지 않은 투싼·스포티지와의 경쟁에서 어느 정도 선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출시 타이밍에 상당히 영리한 가격 전략으로 경쟁자들에게 한 방 먹였다는 점은 박수를 쳐줄 만하다.

바로, 사전계약 때는 비교적 높은 가격을 던져 놓고 실제 출시에서는 그보다 낮은 가격을 발표하며 가격 인하에 고심한 티를 제대로 낸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숭이가 된 기분이 들 수도 있지만 대중에게는 의외로 ‘조삼모사(朝三暮四)’ 전략이 잘 통한다. 같은 가격이더라도 원래 90원인 줄 알았는데 100원이라면 비싸다는 느낌이 드는 반면, 원래 110원인 줄 알았는데 100원이라면 싸다는 느낌이 든다.

2013년 출시된 한국지엠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트랙스의 경우 출시 전 회사측이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1700만원대’라는 소문이 돌았으나 출시 이후 최저 트림이 1900만원대로 책정되며 고가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QM3의 경우 출시 전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돼 유럽에서 30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팔리는지라 국내 가격도 2000만원대 중후반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돌았지만, 르노삼성이 기본트림 2250만원이라는 가격을 내놓으면서 ‘착한 가격’ 소리를 들었다.

이번 티볼리 에어 출시 전후 상황을 보면 쌍용차는 당시의 소비자 반응을 잘 학습한 듯하다. 지난 2일 사전계약에 돌입하며 잠정 가격을 자동변속기 기준 최저트림 2120만원, 최고트림을 2500만원 수준으로 공개했다. 투싼과 스포티지 1.7ℓ 모델과 별반 차이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불과 엿새 만인 출시일(8일)에 발표된 가격은 최저트림 2106만원, 최고트림 2449만원으로 잠정치보다 최저 14만원, 최고 51만원, 평균 20만원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기껏해야 개소세 인하분 적용, 미적용 정도의 차이지만, 이로 인해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를 경쟁차보다 저렴하게 판다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데 성공했고, 지난해 ‘티볼리’에 붙었던 ‘착한 가격’이란 수식어를 ‘티볼리 에어’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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