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을 주민들 "동정심이 잣대되진 않을 것"
유승민 공천 논란에 "아예 투표도 하고 싶지 않아"
단수추천이든 무공천이든 유승민의 선택은 '탈당'
들끓는 동구을 민심 "유권자가 할 심판을 당이 선수쳤으니"
공관위·최고위에서 이리저리 치이는 유 의원의 공천 운명을 바라보는 대구 동구을의 민심은 들끓고 있었다. 동구 각산동에서 운송업을 하고 있는 50대 남성은 ""집권여당이 이래도 되나. 유권자들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나"며 격분했다. 그는 "8년을 우리 지역구에서 일한 사람이다. 8년간 그를 지지했던 사람한테 어떻게 일견을 묻지 않고 멋대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평소 장이 서는 날이면 찾았던 동구 불로전통시장에서도 당의 지지부진한 공천 행태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설물유지관리업에 종사하는 30대 여성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친박계 등 정당을 자기네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려는 모습이 전형적인 구태 정치인들의 모습"이라며 "도대체가 민심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공천 그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다. 민심이 등 돌리는 건 시간 문제"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열음에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에서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혐오의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불로전통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평생 정치만 한 사람들이지만 참 정치를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승민 의원이 잘했다, 잘못했다를 떠나서 공천 과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선택에 있어서 동정심이 주된 여론을 가르는 잣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솔직한 심정으로는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원님이 참 좋아하시는 묵집이 있는데 그 집 주인도 (이번 사안에 대해) 언론사에서 취재하려고 해도 말을 안 하려고 한다. 심판을 한다 하더라도 유권자가 해야 할 심판을 당이 선수쳐 해버렸으니 할 말이 없는 거지. 원래부터 말을 안 하던 사람이었겠나..."라고 덧붙였다.
마지노선 다다른 '유승민 고사작전'...공천 경우의 수 5가지는?
한편 새누리당 친박계의 '유승민 고사작전'이 마지노선인 23일에 다다른 가운데 유 의원의 향후 공천 시나리오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선은 시간상 불가능해졌고 공관위로부터 단수추천 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유 의원의 공천 시나리오 경우의 수 4가지를 정리했다.
첫 번째 선택지는 '유승민 단수추천'이다. 앞서 공관위원들이 자진사퇴를 압박함으로써 유 의원이 단수추천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 상태다.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전날 유 의원의 공천문제와 관련해 대구 동구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유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 가운데 한 명을 공천하는 단수추천밖에 선택이 안 남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단수추천의 주인공이 이 전 구청장일 것이라는 여론이 대체적이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 의원이 단수추천의 후보로 지목되는 막판 변수의 가능성도 원천 배제할 수는 없다.
반대로 상대 후보인 이 전 동구청장이 단수추천을 받는다면 유 의원은 탈당 혹은 무소속 출마, 불출마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이재만 단수추천'이 현실화한다면 대구는 물론 수도권에까지 총선 판세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 선택지가 채택될 지의 여부도 미지수다. 현재 유 의원은 공천을 신청한 이상 당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버티고 있다. 그러나 유 의원 측 관계자는 "무소속 출마설과 관련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마냥 버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등록 기간 중 당적을 이탈 변경하면 해당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거론되는 방안이 '유승민 선제 탈당'이다. 공관위가 후보자 등록 하루 전인 23일까지도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결정해주지 않는다면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 기회마저 잃게 된다. 이에 일각에선 유 의원의 총선 후보등록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24일까지 해당 지역구의 공천결정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대구 동구을 지역구를 아예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본보에 "유 의원은 새누리당 딱지를 떼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이 빠지고 무소속 후보들끼리 대결하는 구도를 만들어 이 전 구청장이 당선되면 복당시키면 되는 것이고, 유 의원이 당선되면 당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상훈 의원은 이날 'PBC 라디오'에 나와 "컷오프를 확정 짓고 해당 지 역 상대방 후보에게 공천을 주는 것보다 무공천을 하는 것이 그래도 공정한 경쟁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공천 과정 자체가 워낙 파열음이 많아 무공천이라도 하자는 결론이 내려질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마를 포기하실 분 같지는 않고 아마 무소속 출마를 결연하지 않겠나 싶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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