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선거개입 노골화한 북, 실제 영향은?
전문가들 "현 상황 총선에 영향 없을 것, 단 실제 도발시 문제"
20대 총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선전매체와 조직을 내세워 노골적인 선거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선거 '훈수'가 실제 총선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북한의 대남선전기구인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은 최근 '전체 국민에게 보내는 호소문'에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은 외세에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팔아먹고 일신의 부귀영달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라며 "4월 13일을 친미매국과 동족대결의 아성이고 보수반동정치의 소굴인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심판하는 역사의 날로 만들자"고 선동했다.
그러면서 '민주, 민족, 민중의 흉악한 적인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투표로 단호히 심판하자!', '박근혜 정권의 반민생, 반민주, 반통일 죄악의 하수인인 새누리당을 표로써 박살내자!'라는 등의 투쟁구호를 내세웠다.
그보다 앞선 지난 22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번 선거에 야당들이 분열된 상태로 나선다면 새누리당에만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야당들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보도하면서 출처불명의 '남조선언론'을 인용, "야권의 후보단일화 합의가 야당후보들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로 하여 선거구도에서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야권 단일화를 선동했다.
이 같은 북한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북한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 등 남한 내 주요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선동 메시지를 잇달아 발표하며 선거 개입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2006년 지선 직전 북한 대남기구는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머슴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며 "진보세력에 표를 몰아주라"고 촉구했다. 제17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졌던 2007년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한 내 반보수 대연합을 실현해 올해 대선을 계기로 한나라당을 비롯한 매국적인 친미반동보수 세력을 매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지선에서는 한나라당이 압승을 거뒀고,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 북한의 선거 개입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북한은 지난 2012년 총선 직전에도 노동신문을 통해 "이번 총선은 누가 국회의석 수를 더 차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남조선에서 친미보수정권이 연장되느냐 마느냐의 중대 분수령"이라고 선동했다. 당시 북한은 노동신문 외에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등 대남기구 명의의 글로 선거 개입 의사를 드러냈다.
하지만 2012년 총선은 북한의 바람과 달리 여당의 승리로 끝났다. 당시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127개 의석을 확보한 반면,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152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2012년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북한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을 시도했다. 선거를 약 한달가량 앞두고 조평통을 통해 "새누리당은 민족의 재앙거리이고 온갖 불행의 화근"이라면서 "남조선 각 계층은 새누리당의 재집권 기도를 절대로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대선을 계기로 정권교체를 기어이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원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실제 전문가들은 이번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북한이 '심판론'을 내세우며 직간접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28일 '데일리안'에 "이정도 메시지로는 선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직접적인 도발을 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선거는 프레임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천안함 같은 큰 사건이 있으면 프레임이 형성될 수 있는데, 지금 북한이 이야기하는 정도로는 프레임이 형성될 수가 없다. 때문에 여야 중 어느 쪽이 유리하고 불리한지 가치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부연했다.
실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이후 치러진 지선에서 야권은 안보 프레임을 내건 여권에 대응해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선거 구호를 내세워 중도층의 표심 공략에 성공, '북풍'이 보수당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을 깨트렸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역시 본보에 "북한이 지금처럼 말장난을 하는 것은 선거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지금 북한이 계속 공격할 듯이 어깃장을 놓고 있는데, 실제 상황이 터지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누가 유리하고 불리한지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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