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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연봉 25억...그러고도 카드사 '위기경영' 난리치면...


입력 2016.04.01 15:02 수정 2016.04.02 07:36        김해원 기자

<기자의눈>업계는 불황인데 CEO 연봉 천정부지, 아래만 쥐어 짜는 위기경영

카드사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며 신규 채용 축소, 희망퇴직 단행 등의 조치를 취하는 반면 CEO들의 연봉을 눈덩이처럼 불려나가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DB

“최근 사무실에서 이면지 사용을 권장하고 있어요.”

최근 카드사 한 관계자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인해 어려워진 카드사 분위기를 ‘엄살’을 조금 보태 이같이 전했다. 적은 비용이라도 돈 샐 곳을 꼼꼼히 찾아 차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카드업계가 잔득 움츠러들고 있다. 연간 67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카드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신입사원 공개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지난해 말에는 대규모 희망퇴직도 단행했다. 각종 부가서비스와 수익성이 낮은 카드 사업도 대폭 정리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카드사가 위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런 위기감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있다. 지난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카드사 CEO 연봉을 분석한 결과 카드사 대표 6명의 연봉 평균치가 9억4679만원에 달했다. 카드사 '연봉킹'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해 25억4300만원을 받았다. 원기찬 삼성카드 대표는 13억4600만원, 위성호 신한카드 대표는 7억4000만원, 채정병 롯데카드 대표도 7억41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이면지 사용을 권장하는 사무실과는 사뭇 다른 ‘공기’다. ‘마른 수건이라도 짜자’는 심정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는 카드사들이 CEO 연봉에는 왜 이렇게 관대한지 묻고 싶다.

김해원 기자 ⓒ데일리안DB
더구나 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CEO의 연봉은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다. 대승적 차원에서 연봉을 반납하며 위기를 넘기려는 타 업계의 CEO들과 비교하면 더욱 공감하기 어렵다.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 대표이사직 취임 후 2년간 연봉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업계의 위기감을 전달했다. 지난해 한진해운은 흑자로 돌아섰지만 장기화된 해운 업계의 불황으로 올해도 보수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구조조정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은 전무급 이하 임원 전원이 업무용 차량을 반납했고 올해는 CEO 차량을 에쿠스에서 K9으로 교체했다.

‘얼마나 비용절감 효과가 있겠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상징성’차원에서 CEO의 결단은 무엇보다 큰 무게감을 갖는다. 아래부터 쥐어짜는 경영으로는 업계 전체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없다. 고강도 개혁이 필요하다면 대표가 먼저 나서서 연봉을 반납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당기순이익은 대부분 하락했다. 카드론 취급이 15.8% 늘고 카드사들의 이자수익은 11.4% 증가했지만 카드모집과 부과서비스 등의 비용이 증가했다.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3308억원 줄었고, KB국민카드가 3345억원으로 78억원 줄었다. 하나카드도 191억원으로 65억원 줄었고, 현대카드도 2128억원으로 44억원, 롯데카드도 1277억원으로 16억원 감소했다.

이 같은 '업계의 온도'가 가장 먼저 반영되는 곳은 신입사원 채용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카드사들은 영업환경 악화와 경기불황을 이유로 인재 채용에 소극적이었지만 올해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라는 명분이 생겼다. 올해 8개 카드사 중에서 상반기 공채를 진행하는 곳은 롯데카드와 BC카드 2곳이다. 규모도 축소되고 있다.

'위기경영'은 CEO부터 시작되어야 그 진정성이 확산된다. 움츠러들고 있는 구성원들의 사기와 비상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카드사 대표의 '억대 연봉' 부터 구조조정 할 일이다.

김해원 기자 (lemir0505@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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