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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이든 김성주든 소외된 전주 좀 살려내"


입력 2016.04.11 05:22 수정 2016.04.11 07:53        전주 =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전북 전주병>

녹색 바람 북상 '풍향계' 전주병 김성주·정동영 두 후보 박빙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의 정치부 기자들이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지역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

전주병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호남은 과거부터 '덮어놓고 찍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고민이 필요없던 호남이 5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야권이 크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됐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의당이 승리를 자신할 만큼 판세가 기울어져가는 광주와 전라남도와는 다르게 전라북도는 두 당이 병립하며 치열한 쟁투를 벌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주시병 선거구는 전라북도에서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수도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19대 전주덕진 국회의원으로 수성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후보와 전주 덕진에서 과거 3선, 통일부장관, 대통령후보까지 지냈던 국민의당 정동영 후보가 맞붙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느낀 전주시병의 분위기는 표면상 차분했지만 어느 한 쪽의 우세를 섵불리 말할 수 없었다. 거리 인터뷰에서 유권자들은 오차범위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두 후보 만큼이나 지지후보에 대해서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공통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소외된 전주를 살려내라"는 명령이다.

김성주·정동영 두 후보 박빙, "누가 돼도 좋다. 전주만 살려내!"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전주병 후보가 4일 전주 덕진구 센트럴팍크 삼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전날 내린 비로 살짝 서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4일 아침 전주시 덕진구 덕진광장 근처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70대 나씨(남)는 "지역에서 정치나 선거이야기를 듣기 힘들다"며 정치에 무관심한 지역 분위기를 못마땅해했다.

고향인 목포에서 30년, 전주에서 40여년을 살았다는 나씨는 "정동영이 외엔 찍을 만한 인물이 없다"고 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국적인 네임벨류가 있지, 김성주가 국회의원인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분열된 야권을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그는 "절로 찬스인디잉~ 여야가 똑같아부러야!"라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누가되도 좋은디, 대국적으로다가 정치를 바꿔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덕진광장 간이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호원대생 이씨는 "2번을 찍겠다"고 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겨 이번 총선이 첫 선거라는 이씨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2번이 전라도를 밀어준다고 들었어요"고 말했다.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 분위기는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정치 이야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해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정동영 국민의당 전주병 후보가 4일 전주 덕진구 한방병원 사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오전에는 마침 정 후보의 실내배드민턴장 방문 유세 일정이 계획되어 있었다. 평일 오전임에도 전주의 시기(市技)라고 불릴 정도의 인기를 자랑하는 배드민턴답게 사람은 모든 코트에 꽉 차 있었다. 배드민턴장에서 만난 30대 회사원 김씨는 "지역구의 분위기가 정말 반반"이라며 "결국 인지도와 당대 당 싸움으로 가는 분위기"라고 귀뜸했다.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그는 "김 후보가 일은 정말 많이 했는데 2번에 대한 불신이 너무 심해서…"라며 말 끝을 흐렸다.

배드민턴장을 나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전주동물원길 소리문화의 전당 앞에서 만난 송모(남·60대)씨는 "1번 김성진을 찍겠다"고 했다. 송씨는 "2번이 정권 잡을때도 전남은 도청도 옮기고 무안공항도 만들었는데 전라북도는 국제대회 한번 유치하지도 못했다"면서 "야당은 찍어줘봤자 하는 게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4일 전주시 덕진구 센트럴팍크 삼거리에 김성진 새누리당,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현수막이 붙어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성주와 정동영 차이를 모르겠다. 민주당은 질렸고, 국민의당은 반새누리 전선이 맞는지 모르겠다"

전주병 선거구에는 국립대학인 전북대학교가 있다. 젊은이들의 생각을 듣고자 들린 전북대학교 학생회관에서 의외의 포스터를 발견했다. 바로 국회에서나 볼 법한 총선정책 토론회 포스터다. 포스터를 게재한 손모씨(남·24세)를 전북대 박물관내 카페에서 만났다. 마침 손씨는 태어나서 평생을 전주병 선거구에서 살았다고 했다.

손씨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느냐"는 물음에 잠깐 망설이더니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유를 물어보자 지역에서 19대 의원을 지낸 김성주 후보는 물론 과거 덕진구에서 3선을 했고 대통령 선거 후보까지 했던 정동영 후보 역시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 함부로 투표권을 행사하고 싶지 않은데 선거운동기간임에도 여전히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선거운동이 젊은이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일침이다.

그는 "가끔 구(舊) 정문 앞에서 선거유세차량이 유세를 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관심이 없을 뿐더러 20대를 위한 공약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들이 20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은 것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앞서 만난 60대 송씨가 보여줬던 정치에 대한 회의감, 무기력함이 20대인 손씨에게서도 보였다.

'2번은 질리고 1번은 약올라서 3번을 찍겠다'던 고우경(남·40대)씨는 '전북소외론'을 이야기했다. 고씨는 "전라북도는 돌려먹기 하기 딱 좋은 땅"이라면서 "전북이 너무 소외당하고 있는데 여기 사람들은 전남 사람들처럼 들고 일어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30년 전에 전주의 인구가 60만 명이었는데 지금도 60만 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민의당 호남 바람의 북상을 가늠할 풍향계인 전주병의 후보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위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리는 것보다 소외된 전주, 더 나아가 전라북도를 어떻게 달랠지를 제시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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