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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청문회 연다고? 찍어준 중도층 '경악'


입력 2016.04.21 06:09 수정 2016.04.21 06:18        이슬기 기자

'정치적 피난민'들 지지자로 다질 생각 않고 '오버'

선명성 경쟁 아닌 중도층 위한 생산적 대안 제시해야

안철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다른방향을 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13 총선에서 선전한 국민의당이 선거 직후 ‘무리수’를 뒀다. 천정배 공동대표가 나서 ‘보수정권 청문회’를 주장하며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인 것이다. 거대 양당 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며 중도·보수 표를 얻었던 국민의당의 공약이 헛구호가 될 위기에 놓이자, 당장 국민의당 내부는 물론 야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당은 호남과 수도권은 물론 영남 지역에서도 고른 지지를 받으며 보수층 유권자 상당수를 흡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당 정당 득표율은 △부산 20.3% △대구 17.4% △울산 21.1% △경북 14.8% △경남 17.4%로 이른바 ‘녹색 돌풍’을 일으켰다. 여권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에서는 더민주를 앞질렀다. 보수 유권자 상당수가 지역구 선거에선 새누리당 후보를 선택하되 정당투표에선 국민의당을 지지한 결과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국민의당 내부에선 보수정권 심판론이 나왔다. 천 대표는 최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동안 민생을 도탄에 빠뜨리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온 적폐를 과감하게 타파하겠다"며 "청문회, 국정조사 등을 필두로 하는 모든 의회 권력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세월호 참사와 한국사 국정교과서, 사자방(4대강·자원 외교·방산 비리) 문제 등을 청문회 및 국정조사 대상으로 거론했다.

더민주도 반색하고 나섰다. 김성수 대변인은 "이미 우리 당이 주장했던 내용"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호응했다. 또한 총선 당시 강조했던 경제 이슈 대신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20대 국회의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김 대변인은 “세월호가 무슨 이유로 침몰했는지, 세월호가 침몰하는 동안 국가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철저히 밝힐 수 있도록 특조위의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하겠다”며 당 차원의 움직임을 예고했다.

반발은 국민의당 내부에서부터 나왔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천 대표의 청문회 발언에 대해 “곧 워크숍을 할 것이다. 거기서 전체적으로 논의하겠다”면서도 “일단은 19대 임시국회에서 민생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안 대표는 앞서 총선 당시 “1번(새누리당)과 2번(더불어민주당)이 싸우지 않게 하려면 3번(국민의당)을 선택해달라”며 ‘일하는 국회’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중도층은 물론 일부 보수층에서도 국민의당에 이같은 역할을 기대하며 교차투표를 했다는 것 또한 선거 결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심판론에 힘이 실릴 경우, 이같은 약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도층 인사로 분류되는 더민주 소속 의원도 “국민들이 정치 공학적으로 판단해서 투표를 한 게 아니다. 여야 싸움이 계속되는 속에서 일하는 정당, 경제와 민생 문제를 정말 다뤄주는 정당을 원하다보니 이번 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3당 체제가 되면서 야권이 선명성 경쟁으로 쏠리려고 하는 것이 우려스럽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서로를 상대로 선명성에만 쏠리다보면 대선은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국민의당이 현 지지층에 대한 해석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중도정당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한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게 등을 돌리게 만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 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호남이 국민의당을 지지해준 것이 ‘앞으로 우릴 대변할 당은 국민의당’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며 “더민주에 대한 확신이 아직 서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그 위에 얹혀있는 것이지, 언제든지 무너지고 더민주로 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국민의당이 ‘정치적 피난’을 온 유권자들을 지지기반으로 만들기 위한 장기적 작업을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과 영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에 표를 준 유권자 대부분은 거대 양당이 건건이 부딪치는 정치 행태에 대한 염증이 가장 큰 이유인 만큼, 국민의당이 중간지대에서 타협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국민의당이 지지층을 제대로 해석했으면 지금 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야한다”며 “지금 청문회를 하자는 것은 거만한 것도 있지만, 선거를 전혀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보수층이 전국적으로 표를 준 것은 새누리의 공천 파동이 너무 보기 싫은데 차마 더민주까지 갈 수는 없어서 국민의당으로 잠시 온 거다.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며 “그런데 전국적으로 표를 받으니, 더민주보다 더 넓은 전국적 지지를 받았다고 오버해서 해석을 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지층이 실제 뿌리를 내리려면 지금이야말로 국민의당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지금처럼 지나치게 더민주를 의식한, 선명성 경쟁으로 가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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