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부회장 "SK·삼성·LG는 배터리사업 동반자"
"테슬라 돌풍, 앞으로는 모를 일…배터리 주행거리 의미없어"
"석유개발 눈 먼 투자 안할 것…가격이 관건"
“LG화학과 삼성 SDI는 경쟁자라기보다는 동반자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가 함께 멋지게 키울 생각을 갖고 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회사의 신성장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사업 관련 국내 경쟁사들을 ‘함께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동반자’로 정의했다.
정 부회장은 20일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각 사업부문에 대한 경영 구상과 전략 방향을 밝혔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LG화학이나 삼성SDI 등 국내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졌다는 평가에 대해 “우리가 뒤쳐져 있다는 게 사실일 수 있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는 마라톤으로 치면 42.195km 중 1km도 진입 안했다고 본다”면서 “지금 얼마나 뛰었느냐를 놓고 시간적으로 늦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분야에서 최장 주행거리(1회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를 달성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테슬라에 대해서도 “지금은 테슬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42km(마라톤 풀코스)를 달려도 테슬라가 이 시장을 리드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LG화학이나 삼성SDI도 잘하길 바라지만, 우리도 분명한 의지와 전략 목표를 갖고 타이밍을 봐 가면서 사업을 키워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주행거리 이슈와 관련, 정 부회장은 "현 시점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성능의 배터리를 두 배 더 달면 두 배를 더 주행할 수 있는데, 대신 차량 내에서 차지하는 부피도 늘고, 비용도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은 “기존 배터리 대비 출력과 성능은 끌어올리고 집적도를 높여서 부피와 가격을 줄이는 게 경쟁력”이라면서 “현재 주행거리를 늘렸다고 하는 회사는 있어도 어떻게 늘렸는지 밝히는 회사는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이 부분에 대한 R&D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홍대 SK이노베이션 B&I사업 대표는 “현재 전기차 1회 충전 주행거리가 200km 이내고, 전기차 가격의 30%가 배터리팩 시스템인데, 이를 더 멀리 가도록 하고 가격은 낮춰야 전기차 시장이 커진다”면서 “가격을 기존 대비 30~40%가량 낮추겠다는 목표로 R&D와 비용절감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중국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올해 중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환경과 신산업 육성 측면에서서 전기차에 대한 정책적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중국을 선택했다”면서 “파트너가 필요하면 파트너링을 할 것이고, 중국 내 같은 배터리 업체 혹은 OEM 업체 등이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개발 투자와 관련해서는 “블라인드 슈팅(눈 먼 투자)”은 절대 안하겠다고 못 박았다.
정 부회장은 “M&A건 조인트벤처건 투자를 하면 잠재력이 있는 자산을 사서 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지금은 일별 유가나 한해 유가만 가지고는 자산을 평가할 수 없다”면서 “(유전) 가격이 아직 높은 상황이라 지금은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유전 중에서도 좋은 게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핵심은 가격인데, 앞으로 매력 있는 가격에 오퍼가 오면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계기로 이란 유전에 투자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달러결제 금지 등 미국과의 관계에서 걸려있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고, 이란은 유전을 외부에 주는 것에 대한 정서적인 저항도 크다”면서 “E&P(석유개발) 투자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힘들 것이고, 우리도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다 중단한 SK루브리컨츠의 경우 향후 상장 재추진보다는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15조원을 넘어섰다.
윤활유 완제품의 브랜드파워를 높이기 위한 M&A도 추진한다.
이기화 SK루브리컨츠 사장은 “지금으로선 상장 재추진 계획은 없고, 수익성과 사업성에 맞춰 기업 가치를 올리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며 “지난해는 '그룹3' 고급기유로 가면서 수익을 냈으나 완제품(윤활유) 쪽으로 가면 수익이 더 좋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기술력은 있지만 브랜드와 네트워크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걸 극복하기 위해 협력 또는 M&A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학 부문에서는 SK그룹의 대표적인 ‘글로벌 파트너링’ 성공 사례로 꼽히는 중한석화와 같은 합작사업도 추가로 구상 중이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중한석화가 첫해부터 흑자를 내며 합작 파트너인 사이노펙이 상당히 만족스런 투자로 평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와 많은 부분을 협력하고 싶어하고, 여러 협력 아이템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협의 단계라고 덧붙였다.
중한석화는 상업생산 첫 해인 2014년 14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그 세 배가 넘는 46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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