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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한목소리로 "당신네 한국, 자본주의 국가 맞아?"


입력 2016.05.08 09:49 수정 2016.05.08 10:3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사회주의 국가 중국도 상속세와 증여세율 0%

중국에 슈퍼갑부 많은 이유…낡은 법제 손질해야

2015년 글로벌슈퍼리치 TOP 100 가운데 15명이 중국인이다. 반면에 한국인은 하나도 없고, 일본인은 2명뿐이다. 중국갑부 상위순위 1500명의 총재산이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배에 육박하고 있다. 지금 중국 땅에는 8만 명의 억만장자(부동산을 제외한 개인자산 190억 원 이상)를 비롯한 121만 명의 천만장자 군단들이 계속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부자가 많은 나라다. 단순히 부자가 많다기보다는 부자를 만들어내는 세법, 회사법, 무역법, 투자법 등 법과 제도를 잘 갖춘 나라다.

“당신네 나라 한국, 자본주의 국가 맞아?”

베이징 장기체류시절, 터놓고 지내던 베이징대학의 천(陳)모 교수가 소설 『상도』의 중문판을 가리키며 “이 책 꽤 재미있더군, 그런데 책의 결말은 이해가 안 돼. 평생 모은 재산을 자손한테 물려주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다니, 이 책처럼 혹시 한국사회가 개인 재산의 사회환원을 찬양 고무하는 분위기인가?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자본주의 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지듯 물었다.

그러자 나는 “개인재산의 사회환원이라는 숭고한 행위에 트집 잡는 자를 명문대학 교수로 재직시키는 당신네 나라, 중국, 사회주의 국가 맞아?”라고 맞받아쳤다.

나의 반격을 그는 호탕한 웃음으로 받았다. 그 후 나는 『상도』를 읽어본 다른 중국 독자들의 소감을 귀동냥하여 보았다. 결과는 천 교수의 반응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들이 정녕 평균과 배분이 미덕인 사회주의 국가의 인민이란 말인가. 어지러웠다.

2016년 4월 말 현재 베이징 택시의 70%는 아반테(중국이름, ‘이란트’)나 소나타 등 현대기아차가 차지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자동차가 가격대비 성능, 연비 등이 좋아서겠지만 현 정치국상무위원겸 당기율심사위원회 주임(권력서열 제6위) 왕치산(王奇山, 1948~ )의 공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왕치산은 2004년 베이징 시장 재임당시 현대차 아반테를 베이징시 표준공식택시로 지정했다.

2006년 4월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이 상속세 포탈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소식이 중국전역의 언론매체에 크게 보도되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얼마나 되는가?”

천 교수는 자신이 얼마 전 구입한 승용차도 한국의 현대차라면서 내게 물었다.

“약 30~40%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세법상 30억 이상 재산의 상속세율이 50%인줄 몰랐던 나는 어림짐작해 답했다.

“뭐, 상속세율이 30~40%나 된다고! 정말 그렇다면 한국은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다. 일전에 '상도'는 소설이라 긴가민가했지만 상속세율에서 확실히 알겠네. 한국은 둘도 없는 사회주의 국가다! 상속세의 과세이념은 부의 집중억제일진데 자본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한국이 어떻게 그렇게 높은 상속세율을 부과할 수 있지? 아마 당신이 잘 못 알고 있을 거야” 라며 천 교수는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면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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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국 친구는 끄덕하면 우리나라를 사회주의국가라 놀리는데 재미 들렸나보군.”속이 상한 나는 “그렇다면 당신네 나라 ‘자본주의 국가 중국’의 상속세율은 얼마쯤 되는데?” 빈정거리듯 응수했다.

“중국의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은 0%다. 기업소득세(법인세)의 일반세율은 25%이다. 기업인이라면 누구라도 법인세보다는 상속세나 증여세에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다. 기업인에게 상속세와 증여세는 없애는 대신 법인세율은 좀 높이 부과하면 된다. 국가가 재원이 필요하면 기업에 대해 세금을 걷으면 되잖아. 하물며 자본주의 국가라는 한국이 개인의 상속사유재산에까지 무슨 논리와 근거로 그렇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가”라며 천 교수는 마치 자기에게 닥친 억울한 일이라도 되듯 화를 내며 투덜거렸다.

“명색이 사회주의 국가 중국인데, 상속세율이 0%라니!” 나는 속으로 혼잣말하며 놀란 표정을 감추려고 애썼다. 「상도』때와는 달리 더 이상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기업인은 아니지만 내가 한번 기업인의 처지가 되어서 생각해 보니 천 교수의 지적에 일리가 있어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나라 최고상속세율은 50%로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제일 높다. 우리나라 세법상 상속세의 과세표준금액은 “1억원 미만은 10%, 1~5억원은 20%, 5~ 10억원은 30%, 10~30억원은 40%, 30억원 이상은 50%가 적용된다(증여세율도 상속세율과 동일). 참고로 주요국가의 최고 상속세율은 미국 40%, 독일 30%, 네덜란드23%, 덴마크 15%, 대만 10% 이다. 중국(홍콩 포함)은 원래부터 상속세가 없고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러시아, 스웨덴, 싱가포르, 캐나다 등 세계 각국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따라서 중국인 중에 갑부가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은 상속세 0%, 대만은 10% 등 중화권에 상속세가 없거나 매우 낮기 때문이 아닐까. 반대로 한국과 일본에 갑부가 적은 까닭은 50% 고세율의 과도한 상속세 부담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가 세계최고 상속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웃지 못 할 이유 중 하나는 ‘법제 선진국(?) 일본 따라 하기‘ 때문이라고 추론된다. 또한 일본경제의 장기 침체 원인의 하나도 ‘상속세율 50%’처럼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은 낡은 법제들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상속세의 과세근거는 국고수입의 목적보다는 소득과 재산의 재분배와 부의 집중억제를 주목적으로 한다. 살아서도 개인소득에 대해 소득세가 부과되고 죽어서도 개인재산에 상속세가 부과된다면 이는 생사를 초월하는 ‘이중과세’가 아닌가? 상속세율 50%라면 상속받은 재산을 절반이나 처분해야 한다는 말인데 저축할 의욕이 나겠는가? 높은 상속세율은 재산축적 의지를 약화하고 낭비를 초래한다. 재산구성을 유동화하며 산업구조를 취약하게 하고 기업인의 탈․누세와 재산의 해외도피 등 탈법․불법행위를 조장하는 부작용이 있다. 높은 상속세율은 기업인을 탈․누세 관련 범죄자 또는 범죄예비음모자로 전락시키고 국민경제를 도탄에 빠트리는 혹독한 세금, 즉 ‘가렴(苛斂)’이다.

“상속세율 0%의 사회주의(?) 중국과 세계최고의 상속세율 50% 자본주의(?) 한국” 에서 나는 한중양국의 기업들이 그리는 희비쌍곡선의 변곡점을 가늠해보며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의 탄식을 떠올린다.

“세상은 날로 변하는데 낡은 법제를 그대로 두면 국가는 쇠망하고 사회는 타락하고 백성은 고통으로 신음한다.”

다산이 살던 19세기 초에 세상이 ‘날’로 변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현재 세상은 ‘분’단위가 아니라 ‘초’단위로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초고율의 상속세를 고수한 채로 오로지 법인세에만 몰입, 법인세율을 높이느니 마느니 톱으로 박을 켜는 듯 몇 년 째 지루한 소모성 논쟁만 계속하고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로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인세의 일반세율은 22%로 세계주요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미국 35%, 프랑스 34.4%, 일본 28.05%, 중국과 네덜란드 25%, 영국 23%에 비해 낮다.

이에 필자는 우리나라도 기업인의 투자의욕을 고취시키고 복지를 위한 재원확보 차원에서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거나 상속세율을 대폭 낮추는 대신 법인세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게 1~2% 가량 높일 것을 제안한다. 이런 게 바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정부 좋고 국민 좋고, 부자 좋고 서민 좋고’ 아니겠는가.

글/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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