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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여전히 군 '불신'? 상무위원에 '군 세력' 없다


입력 2016.05.11 07:16 수정 2016.05.11 07:50        하윤아 기자

당지도부와 공안세력 중심 군과 당행정부 세력 제거 시도

전문가들 "선군 강조한 김정일과 달리 선당 중심 복원"

북한 노동신문이 10일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가 폐막했다고 보도하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비서를 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소개했다. 노동신문 캡처.

36년 만에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서 기존 정치국 상무위원 3명에 더해 2명의 인물이 추가로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총 5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정통 군부 출신 인사는 찾아볼 수 없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통 군출신 인사에 대한 홀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군을 강조한 만큼 정치국 상무위원에 정통 군부 세력의 인사를 올려놨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정통 군출신 인사가 자취를 감췄다. 이번 당대회를 통해 완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 5인 체제는 김정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황병서 총정치국장, 박봉주 내각총리, 최룡해 당 비서다.

그동안 정치국 상무위원은 최고지도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내각총리, 총정치국장, 총참모장(군부) 등 5인 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7차 당대회를 통해 구성된 상무위원회에는 군부 세력이 빠져있다. 하지만 정치국 상무위원 인원과 선출자격 등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알려진 바가 없다.

앞서 3, 4차 당 대표자 회의에서는 정통 야전군인 출신인 리영호가 상무위원으로 선임된 바 있다.

김정은이 공식 등장한 지난 2010년 3차 당 대표자 회의에서는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최영림 당시 내각총리, 조명록 당시 총정치국장, 리영호 당시 총참모장 등 5명이 선임됐다.

또 김정은 집권 이후에 열린 2012년 4차 당 대표자 회의에서는 김정은과 최룡해 당시 총정치국장이 사망한 김정일과 조명록의 자리를 채워 상무위원에 새롭게 선출됐다. 이로써 김정은, 최룡해를 비롯해 김영남, 최영림, 리영호 등으로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구성됐다.

북한의 모든 정책을 결정·총괄하는 권력의 핵심 요직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과거 총참모장과 같은 군부 권력자들이 포함된 데 비해 이번 7차 당대회에서는 정통 군부 세력들이 상무위원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야전군을 '푸대접'하는 김정은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치국 상무위원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황병서의 경우 군부의 1인자라기보다는 정치군인이라는 점에서 군부 세력이라고 평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정은이 군부세력을 홀대해 왔다는 정황은 그동안 꾸준히 포착돼왔다. 김정은은 정통 군부 출신의 북한군 총참모장이나 북한 국방위원회 인민무력부장을 수차례 숙청하거나 교체한 바 있다.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리영호-현영철-김격식-리영길 순으로 총참모장직을 수행했던 인물 4명이 숙청되거나 사망, 강등됐다. 인민무력부 책임자들의 교체도 잦았다. 김정은은 김영춘을 시작으로 김정각-김격식-장정남-현영철-박영식 순으로 인민무력부장을 총 5차례나 바꿨다.

반면 '정치군인'인 인민군 총정치국의 책임자는 최룡해에서 황병서로 단 한차례만 교체됐다. 현재 총정치국장은 총참모장과 인민무력부장보다 영향력이 큰 군부 1인자로 불린다. 황병서는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을 지낸 인물로, 당 간부 출신의 이른바 '정치군인'이다. 당 출신의 인물을 군 서열 1위 자리에 앉혀 정통 군부 세력을 장악하려는 김정은의 의도가 반영된 셈이다.

현재 총참모장직은 야전군인 출신 리명수가, 인민무력부장직은 정치간부 출신 박영식이 수행하고 있지만, 군부 핵심 조직의 책임자인 이들은 이번 당대회 인사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더욱이 야전에서 잔뼈가 굵은 리명수의 상무위원 배제가 눈에 띈다.

이와 관련,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데일리안'에 "정치국 상무위원에 당·정·군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세웠는데, 인민무력부장이나 총참모장 대신 최룡해를 상무위원으로 뽑은 것을 보면 노동당을 중심으로 국가체제를 복원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며 "아버지 김정일이 강조했던 '선군'이 김정은 시대에서 희석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에 "과거 김일성 시대로 돌아가려는 과정에서 김정은은 여전히 야전 세력들을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당대회에서 정찰총국장 출신의 김영철과 최부일 인민보안보장 등 공안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당 조직지도부와 이들 공안세력을 중심으로 아버지 김정일 시대 크게 성장했던 선군 세력들과 당 행정부 세력들을 제거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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