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폭 투하 71년 만에 오바마, 히로시마 방문
“사과는 없을 것” 일본의 전범국 이미지 희석 우려도…
10일 미일 양국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 피폭지를 방문한 전례가 없는 데다, 자칫 원폭 투하에 대해 사과하는 모양새로 비칠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추진되어왔다.
지난 4월 11일 G7(주요 7개국) 외교부 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위령비를 찾아 헌화한 이후, 미일 양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히로시마를 방문한 존 케리 장관은 “모든 사람이 여기 와봐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중 하나가 되길 빈다”고 운을 뗐다. 이에 뉴욕타임스 등 미국 내 주요 언론이 호의적으로 반응하자, 한결 부담을 던 백악관이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 전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이날 블로그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2차 세계대전을 끝내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한 결정에 대해 다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과의 의미가 아님을 강조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2일 “히로시마를 가더라도 사과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그럼에도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2차대전 패전 후 처음으로 승전국인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끌어낸 아베 신조 총리의 업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히로시마 방문이 미·일 동맹에 집중해 온 아베 총리에 대한 미국의 선물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AP 통신은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은 미국 정부가 핵무기의 참상에 대해 공식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사과로 비칠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09년 4월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처음 주창했으며, 이후 핵 안보 정상회의 개최 등을 통해 핵 군축에 이바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에 이번 피폭지 방문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베 정권이 군사 대국화와 우경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전쟁을 일으킨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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