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감 떨어진 박병호, 사구 공포 어떻게 찾아오나


입력 2016.05.12 09:09 수정 2016.05.12 09:0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최근 2경기 연속 사구 후 11타수 무안타 부진

KBO리그 조성환은 머리 강타 후 뚜렷한 하락세

사구 후 11타수 무안타 부진에 빠진 박병호. ⓒ 게티이미지

미네소타 박병호가 다시 침묵했다. 2경기 연속 사구 이후 11타수 무안타다.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박병호는 12일(이하 한국시각) 타깃 필드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의 홈경기서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최근 부진으로 어렵게 끌어올렸던 시즌 타율은 0.237로 떨어졌다.

최근 두 차례 몸에 맞는 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박병호는 지난 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시즌 첫 사구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박병호에게 공을 던진 투수는 100마일 좌완 네이트 존스였다. 박병호는 10-4로 크게 앞선 8회, 존스의 96마일짜리 강속구가 머리로 향하자 깜짝 놀라 바닥에 쓰러지며 겨우 피할 수 있었다.

이미 승패가 갈린 상황에서 직구를 머리 쪽에 던진 부분이 의심스러운 대목이었다. 결국 곧바로 이어진 8회말, 미네소타 투수 존 메이가 상대 중심 타선인 호세 어브레유에게 사구를 던졌다. 보복성 투구에 벤치클리어링까지 이어진 장면이었다.

박병호는 이튿날에도 또 공에 맞았다. 이번에는 상대 에이스 크리스 세일이 던진 슬라이더였다. 물론 고의성은 없었다. 박병호는 첫 타석인 1회 2사 2,3루 상황에서 세일의 5구째에 체크 스윙을 하다 사구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부상이 의심된 박병호는 1회말 수비 때 조 마우어와 교체됐고,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이후 박병호는 별일 없다는 듯 다음날부터 다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배트에 공이 맞지 않고 있다. 사구 이후 지금까지 3경기를 치른 가운데 매 경기 삼진을 2개씩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과 달리 최근 타격감이 올라오며 삼진 개수가 부쩍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사구는 타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표적인 게 바로 투구에 대한 공포, 즉 멘탈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KBO리그 롯데서 활약하다 최근 은퇴한 조성환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이 좋은 예다. 조성환은 지난 2009년 SK와의 경기서 채병용의 투구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 3곳이 함몰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재활 후 복귀까지 두 달이나 걸릴 정도였다.

사구 후유증은 엄청났다. 일단 몸 쪽으로 향하는 볼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조성환은 사구 후 몸 쪽으로 공이 향할 때 멈칫하는 버릇이 생겼고, 눈앞의 사물이 흐려지는 현상을 종종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환은 이듬해에도 또 사구 공포가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KIA 투수 윤석민이었다. 다시 머리에 공을 맞은 조성환은 뇌진탕 증세로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이 사구에 대해 조성환은 “평소 같으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는데 마음과 다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사구에 대한 공포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박병호는 괜찮을까. 박병호는 최근 부진에 대해 “몸에 맞는 볼의 영향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뒤 “매 경기 잘할 수 없지만 타격감이 나쁘지는 않다. 실투로 들어오는 공도 있는데 그 기회를 내가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의 저명한 기자 레너드 코페드는 자신의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를 통해 야구는 ‘무서움’과의 싸움이라고 칭했다. 타자는 언제 어떻게 자신의 몸을 향해 날아들지도 모를 공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박병호도 시속 154km의 강속구가 얼굴 쪽을 스쳐 지나가는 공포와 마주했다. 선수 본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심리적 문제는 가급적 빨리 해결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